기자회견문_
[언론노조 기자회견문] 지도부 무기한 농성 돌입은 이번 싸움의 시작이다무기한 농성은 이번 싸움의 시작이다.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뚜벅뚜벅 전진할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드렸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이를 국민에게 단 한줄도 전하지 않았다. 대신 이튿날 박창신 신부의 말꼬리를 붙잡고 해묵은 색깔 공세를 펼치는 데 혈안이었다. 이쯤되면 공영방송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말이 나온김에 국정원 사건을 예로 들겠다. 처음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불리다가 어느 순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길가는 삼척동자도 명백한 불법 대선 개입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정도가 됐다. 앞서 말했듯 종교계마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참다 참다 못해 성난 국민들까지 들고 일어선다면 그 이후론 막을 방법이 없다.
“댓글 몇 개로 대선 결과가 바뀌었겠느냐”고 콧방귀를 뀌던 현 정권은 이제 120만개의 불법 트위터글에 대해선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면 그 해가 정말 가려지는 것인가.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의 1차적인 책임은 물론 현 정권에 있겠지만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한 ‘주연급 조연’들의 활약상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의 방패막이와 ‘기계적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정권을 옹호하기 바빴던 공영방송의 책임도 크다. 이들은 지난 여름, 수만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치켜든 ‘국정원 촛불’도 애써 축소보도하기에 바빴다.
또한 검찰이 국정원 수사결과를 내놓으면 약간의 하자를 ‘침소봉대’해 아예 ‘잘못된 수사’라고 선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몰랐다. 특히 이들은 불리할 때마다 꺼내드는 ‘전가의 보도’같은 ‘기계적 중립 보도’를 이번 사건에도 어김없이 꺼내 들고 현 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해왔다.
이처럼 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이 대한민국 언론은 존립 기반마저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이들은 해야할 보도는 내팽겨쳐두고 정권이 위기때마다 던져준 국면 전환용 의제는 덥썩 물고 확성기처럼 확산시키는 가 하면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제작진을 모두 교체하는 제작자율성 침해도 버젓이 자행했다.
게다가 MBC 김종국 사장에 이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그리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 ‘상급단체의 정치 편향성’ 운운하며 언론사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독재 정권에서도 차마 하지 못했던 반헌법적, 반노동적 시각을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8VSB 도입 등을 허용하려 하고 있고, 언론사들은 회사에 순응하는 언론인을 양산하기 위해 앞 다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당선 전 국민대통합을 그렇게 부르짖더니 5년이 넘도록 일터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YTN 해직 기자들 앞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이 우려돼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방송공정성 특위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출범한지 8개월이 넘었는데도 그 어떤 성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성특위의 목적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보장 장치 마련이다. 이 중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전문가들은 ‘특별다수제를 통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 특별다수제란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때 이사들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의 의결정족수가 필요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공영방송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수인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만이 아니라 야당 추천 이사 일부의 동의도 필요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공영방송 불공정성은 정권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이 다시 정권의 뜻에 맞는 사장을 뽑는 이른바 ‘후견주의 정치 문화’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21일 특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의결권이 없는 특위의 한계를 인정하고 논의되고 있는 사항을 상임위로 넘기자고까지 주장했다. 결국 정치권이 언론계의 현안을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용만 하려고 한 것이다.
더 이상 지켜보지만은 않겠다. 공영방송의 끝 모를 추락을, 언론 자유의 유린을,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그리고 해직언론인의 아픔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정치권이 의지가 없다면 우리의 손으로 해결하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1만 2천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총력 투쟁과 함께 오늘부로 지도부 무기한 농성을 선언한다. 무기한 농성은 이번 싸움의 시작이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에겐 공정보도 쟁취라는 명분이 있다. 거꾸로 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기 위해 이 사회의 모든 양심, 민주세력과 함께 할 것이다. 변치않는 믿음으로 한걸음씩 뚜벅뚜벅 전진해 나갈 것이다.
2013년 11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