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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법원“이상호 기자 해고 무효!” 회사는 즉각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법원“이상호 기자 해고 무효!”
회사는 즉각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
사법부의 판단은 엄정하고도 명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MBC가 이상호 기자를 해고시킨 조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고 이후 지금까지 받지 못한 임금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지난 1월, 김재철 체제의 회사가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여전히 해고와 징계의 칼날을 망나니처럼 휘두를 무렵 사측이 이 기자에게 얼토당토않게 붙인 해고 사유는 ‘회사 명예 실추와 품위유지 위반’이었다. 이상호 기자가 “김재철 체제의 사측이 방콕특파원에게 김정남 인터뷰를 지시했고, 이를 대선 전날 보도하려 한다”고 트위터에 올린 것이 자신들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언론매체로서는 김정남에 대한 취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특파원이 김정남 인터뷰를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만큼 이를 이유로 해고까지 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판단했다. 또 10년 전부터 운영해왔고, 한때는 회사가 장려하기까지 했던 개인 블로그를 이제 와서 문제 삼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의 재량권 남용인 만큼 해고는 위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해고 문제에 대해 법원이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 삼성 X파일 등 우리 사회의 모순에 천착하며 고발뉴스의 외로운 길을 걸어온, 그러나 지난 1년 해고의 고통에 신음해야만 했던 이상호 기자와 함께 ‘정의’를 확인한 것을 기뻐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같이 뻔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 다시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잇따라 법원의 판단이 예정돼 있다. 사측에 촉구한다. ‘보복과 위협의 비열한 수단으로서의 해고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상식을 앞으로도 줄줄이 법정에서 확인받고 싶은가. 그 수모를 계속 당하고 싶은가.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 무심한 회사에 대해 갈수록 커져가는 MBC 구성원들의 분노, 그 불길에 더 이상 직면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이상호 기자는 물론 해고자 전원에 대한 복직에 나서라. 일각에서는 사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이상호 기자를 복직시키지 않은 채 항소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단협의 여후효’같은 법리를 따지기 이전에 그 같은 행위는 ‘살인에 살인을 거듭하는 행위’임을 사측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1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