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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명] 공정성 회복 없는 KBS, 수신료 인상 말할 자격 없다공정성 회복 없는 KBS, 수신료 인상 말할 자격 없다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이 오늘(11/13) TV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으로 의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KBS가 수신료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기울였던 노력의 절반이라도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회복에 쏟은 일 있는가? KBS가 범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과 언론시민사회는 그 동안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을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도 KBS 사측은 귀를 닫고 ‘그동안 못 올렸으니 이번에는 꼭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명분도 부족하다. 콘텐츠의 글로벌화 따위의 허황된 구호만 있을 뿐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불공정방송을 시정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KBS 이사회에서도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한 정관 개정 합의에 실패했다. 전제조건이 무산됐으면 수신료 인상 논의도 당분간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상식과 양심이 있다면 돌아보라. 지난 수년간 KBS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은 어땠는가? 민주시민의 외침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정치권력을 미화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 개입과 축소은폐 사건에 대한 보도 역시 외면하고 있다. 민주주의 질서과 원칙 파괴를 기계적 균형으로만 재단하며 스스로 공정하다고 우기는 모습이 이제는 안쓰러울 지경이다. 제작 자율성은 또 어떤가? 낙하산 진행자를 꽂으려고 PD들을 내쫓고,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가차없이 불방시켰다. 양심적인 제작자들에게 징계의 칼날을 들이대며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부실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놓고도 안하무인격으로 용돈을 올려달라는 철없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한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KBS 사측과 이사회는 당장 수신료 인상안을 철회하라. 그리고 당분간 자숙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돌아보라. 국회는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 자율성 제고를 위한 법적 장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 결과를 본 뒤 수신료 현실화를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지금 수신료 인상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저항과 지탄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13년 11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