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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명] ‘텔레파시’방통위원장이 정치편향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텔레파시’방통위원장이 정치편향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MBC 사측과 여당 국회의원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언론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초헌법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 지난 1일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은 상급단체 탈퇴 종용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MBC 김종국 사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8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상급단체의 정치편향성을 이유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술 더 떠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방송사 노동조합이 상급단체를 탈퇴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동조합법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방송사 경영진의 불법을 감시·감독하고, 특정정당의 당리(黨利)로부터 방송정책의 중립을 수호해야 할 방통위의 수장이 오히려 이를 두둔하고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고 심각한 일이다. 지난 수 년 동안 방송의 공정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동안 18대 문방위 의원으로서 이경재 위원장은 어떤 일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김인규, 구본홍 등 MB 특보 출신 인사들이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 정치편향을 내세워 반대한 적 있는가? 무엇보다도 이 위원장은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과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밝힌, 그야말로 최측근이다. 이쯤이면 ‘정치편향의 종결자’ 아닌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명백히 밝혀둔다. 그동안 언론노동자들은 정권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들과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한 ‘정치꾼들’과 싸워왔다. 해고와 징계를 당하면서까지 양심에 따라 공정방송을 지켜온 것이다. 오히려 문제의 발언들이 노조를 무력화시켜 그 알량한 자리 하나 보존하려고 하거나 장악된 언론의 혜택을 더 오랫동안 챙기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경재 위원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방송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발언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때도, 본인이 방통위원장이 되면서도 공정성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방통위원장도 공정성과 무관한데 그동안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는 상급단체의 규약 한 줄이 방송 공정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말인가?
이경재 위원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문제가 된 김종국 사장 옹호 발언에 대해 모든 언론인들과 국민들에게 즉각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를 용인한 공범이 되어 질긴 반대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또한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도 촉구한다. 이경재 위원장의 발언이 개인 소견인지, 방통위의 공식 입장인지 명백히 밝혀라. 방통위는 상명하복이 아니라 토론과 합의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합의제 기구임을 명심하라.
정말 방송의 공정성이 우려된다면 죄없는 노동조합을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에 집중하라.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정부와 여당이 더 많이 임명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사장을 선임하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방송 공정성은 멀어지고 말 것이다. 11월말 종료시한 이전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국회는 최선을 다하고, 방통위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누가 언론자유와 공정방송 회복에 훼방을 놓는지 예의주시하고,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3년 11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