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노조 결의문] 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정권의 소송 남발 강력 규탄한다
등록 2013.11.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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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정권의 소송 남발 강력 규탄한다




박근혜 정권이 ‘불통 정권’의 마각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한 나라의 법집행을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이 ‘삼성 떡값’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더니, 급기야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한 국민일보를 상대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최고 권력기관들이 기자 개인을 상대로도 거액의 소송을 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들은 악의가 짙다고 볼 수밖에 없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기춘 비서실장 모두, 해당 언론사 뿐 아니라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7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과 흡사하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한겨레신문, 부산일보 기자를 상대로 각각 1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같은 1차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송부터 냈다는 점도 3건의 소송의 공통점이다. 기자 개인을 괴롭혀 본보기로 삼으려는, 정권 비판 기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소송은 사회적 약자들이 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권익을 보호받기 어려울 때 제기하는 것이다. 국가 최고기관인 청와대와 법무부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거나 권익을 보호할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소송부터 낸 이유가 뭔가. ‘삼성 떡값 의혹’, ‘기초연금 공약 파기’ 등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 아닌가. 외국에서는 정부나 공직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통제할 목적으로 제기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해 법원이 바로 각하하거나 조례 등을 통해 소송을 금지하는 사례가 많다. 본받지는 못할망정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소송을 악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이러한 일련의 소송을 국민의 알권리 및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로 규정한다. 박근혜 정권은 “언론의 독립․공정․자율에 대한 진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렇게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언론 철학인가. 가식을 벗고 언론 장악의 속내를 속 시원히 드러내든지, 혹시라도 그 말이 진심이었다면 행동으로 보여라. 협박성 소송을 당장 취하하고 공약 파기와 비리 의혹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 우리는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와 언론 장악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모든 양심적 언론인과 힘을 합쳐 언론이 국민과 진실의 편임을 온몸으로 보여줄 것이다.



2013년 10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