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조중동방송, 더 늦기 전에 문 닫아라
조중동방송은 12월 1일 개국 첫날부터 왜 태어나선 안되는 방송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의 비호와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온갖 특혜와 반칙으로 기어이 방송사를 개국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대로 시작부터 부실한 밑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중동방송은 졸속․부실 방송!
조중동방송은 이날 방송 내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송’, ‘기존 방송보다 더 좋은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대대적인 벌인 개국 축하쇼 제목도 <더 좋은 방송 이야기>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조중동방송은 방송준비부터 미흡하고 부실한 함량미달이었다. 진행자들이 서로 말을 하려하려해 멘트가 꼬이고 순간 정적이 흐르는 상황, 출연자 마이크가 준비 안 돼 우왕좌왕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연발됐다. 조선종편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화면이 위 아래로 분리되는 방송 사고를 일으켰고, 이후에도 화면이 계속 깜박이거나 중간에 음향이 끊기는 등의 방송사고가 속출했다. 편성도 엉망이었다. 조중동방송이 홈페이지에 기재한 편성은 3~4일치에 불과했고, 편성의 상당부분이 재방송으로 채워졌다. 그나마도 콘텐츠가 부족했는지 조선종편은 각종 ‘특선 영화’를 편성했고, 중앙종편은 과거 TBC 시설 프로그램인 <쇼쇼쇼>, 드라마 <청실홍실> 등 70년대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땜질식 편성에 급급했다.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수준 이하의 졸속 방송을 갖고 무슨 배짱으로 개국을 밀어붙였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같은 졸속 개국은 최소한의 방송의 공공성도 외면한 채 오로지 올해 마지막 12월 광고비 직거래를 통해 자신들만 배불리기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조중동방송이 참신하거나 의미있는 실험적인 시도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첫날 방송 내용은 자사 개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뉴스프로그램, 특별 인터뷰 등으로 기존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중동방송이 대대적으로 내보낸 개국 축하쇼도 이명박 대통령으로 시작해 국회 의장, 국무총리 등 정치인들과 정부 인사들의 축하인사를 나열하고, 유명인들의 축하멘트, 각 종편사들의 방송프로그램 소개, 연예인들 축하 공연 등으로 채웠다. 기존 축하쇼와 다를게 없는 구성이었으며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대거 앞세운 부분은 고루한 인상마저 풍겼다.
스스로 ‘언론투사’ 운운…파렴치한 ‘개국 합리화’
또한 이날 조중동방송은 위법과 탈법․특혜로 얼룩진 종편 개국을 정당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 언론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선 것처럼 띄웠다. 중앙종편은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언론 통폐합의 진실>에서 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하던 시절 TBC가 공정한 방송을 하려고 노력해 권력의 눈밖에 나 언론통폐합으로 문을 닫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종편이 이런 TBC의 정신을 잇는 방송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동아종편도 <18년의 전설 ‘여기는 동아방송입니다’>에서 과거 동아방송 시절 독재정권에 탄압 사실 등을 부각하며 동아종편 이런 동아방송의 전통을 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중앙, 동아의 이런 자화자찬은 낯 뜨거운 걸 넘어 역겹다. 중앙, 동아는 군사독재정권시절부터 최근까지 철저하게 정권 편에서 호의호식해 왔다. 언론노동자들의 언론자유 투쟁을 매도하기도 했다. 특히 동아는 지난 75년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기자와 PD 130여명을 대량 해직하고 아직까지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입에 언론자유를 올리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조중동방송 폐해의 결정판, 메인뉴스
조중동방송의 문제는 이들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 보다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날 조중동방송 메인뉴스는 ‘신문논조의 방송화’ ‘종편 개국 정당성 강변’ ‘선정주의’ 등의 문제를 보였다.
‘신문논조의 방송화’가 가장 두드러진 건 역시 조선종편이었다. 조선종편은 메인뉴스에서 “공짜의 역습”이라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복지정책 때문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포퓰리즘 운운하며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 논조와 다를 바 없었다. 동아종편은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기획했다며 현 정치 상황을 “민주주의 대공황”으로 규정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이 ‘중대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정부여당의 날치기 문제는 쏙 빼고 국회 내 몸싸움, 종로서장 폭행 시비 등을 부각해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했다.
친MB·친한나라 성향, ‘박근혜 띄우기’ 본격 시작
조중동의 ‘친MB정권’ ‘친한나라’ 성향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중동방송은 이날 일제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비중 있게 실었다. 인터뷰 내용도 세 방송사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박 전 대표가 충분하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홍보’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데 급급했다. 일례로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경제가 어려워 감세공약을 내놓았다’고 말했는데, 경제 상황이 더 심각해진 이번에 감세공약을 철회한 것은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중앙종편은 ‘청년에게 희망을’이라는 기획보도에서 20대들의 힘겨운 현실을 다뤘는데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이 ‘청년들의 눈높이 때문’이라며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취업난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돌린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여당의 주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면서 중앙종편은 20대가 멘토로 삼고 싶어하는 ‘명사’로 산악인 엄홍길,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야구선수 양준혁 등을 소개했다. 한나라당이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를 모방해 기획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강연회 초청인사들을 대거 등장시킨 것이다.
‘종편 개국의 정당성’을 강변하기도 했다. 조선종편은 종편이 뉴미디어에 대한 기대, 방송 다양성 등에 대한 요구 때문에 탄생했다고 강변하고, 종편 탄생을 비판하며 파업을 벌이는 언론노조를 향해 ‘판단은 소수단체의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시청자의 몫’이라고 질타했다. 중앙종편은 종편이 한류콘텐츠 세계화,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천동지’ 호언했던 특종이 ‘강호동 23년전 아쿠자모임 참석’?
조중동방송의 ‘선정주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동아종편은 방송인 강호동 씨가 23년 전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 씨가 야쿠자모임에 참석한 화면 외에 강 씨가 실제로 ‘조직’ 생활을 했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부실보도여서 ‘유명인인 강 씨를 희생양으로 삼은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은 신문에서 자사 종편을 홍보하기 위해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마치 1일 앵커에 나서는 것처럼 보도해 김 선수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명에 나서야 했다.
두고 볼 필요도 없이 첫 방송만 봐도 조중동방송은 퇴출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시청자에 대한 공적 책임과 의무 같은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우리가 굳이 퇴출을 거론하지 않아도 조중동방송이 얼마 못 갈 것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방송이기도 했다. 이런 형편없는 저질·부실 방송을 참고 인내하며 봐줄만큼 시청자들은 한가하지도 너그럽지 않다. 고작 이런 방송을 하겠다고 그동안 위법·탈법·특혜를 남발하고, 광고 달라고 기업들을 협박하며 패악을 부려왔다는게 어처구니없을 뿐이다. <끝>
2011년 12월 2일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