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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성명]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권력의 홍위병인가?[성명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권력의 홍위병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또 다시 비판적 언론의 숨통을 조이려 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위원장 박만)는 오늘(10/2) 오후 3시 KBS의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에 대해 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개최한다. <추적60분>이 지난 9월 7일 방송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취재·연출: 남진현 PD)편에 대해서다.
우려를 넘어 분노가 치민다. <추적60분>이 과연 징계를 논할 여지가 있단 말인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화교 출신의 탈북자로 서울시 공무원이 된 유우성씨가 올해 초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체포되어 기소된 사건이다. <추적60분> 팀은 약 3개월 동안 다양한 관련자들의 증언과 치밀한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국정원의 수사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조작된 정황이 있음을 보여줬다. 급기야 지난 8월 말 1심 법원에서는 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 진행이 상당부분 입증되었다.
<추적60분>은 시사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그러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들을 했을 뿐이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로서는 더욱 마땅히 해야 할 역할들이다. 따라서 <추적60분>은 징계가 아니라 포상을 논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방통심위는 <추적60분>을 향해 징계의 칼을 빼어들었다. 방통심위의 설립 목적이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한다면 기가 찰 일이다.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방통심위가 권력의 홍위병이 되어 <추적60분>을 향해 망나니의 칼춤을 춘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방송된 ‘천안함 편’, 같은 해 12월 방송된 ‘4대강 편’에 대해 각각 ‘경고’와 ‘권고’라는 제재를 가했다. 방통심의위 여권 추천 위원들은 두 아이템 모두 정부쪽의 주장만 인용하여 방송의 공정성에 문제가 많다는 결론을 일방적으로 내려 버렸다. 정부의 발표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저널리즘의 공정성을 다루는 방통심위 위원들의 태도란 말인가? 중세의 마녀 사냥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감사원에서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이 그렇게 신용하는 정부 부처에서 말이다. 정부의 주장에 기대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그들이 <추적60분> ‘4대강 편’이 여전히 문제 있다고 주장할지 궁금하다.
한 가지 기억해둘 점은 이번 사태에서도 가장 앞장선 인물이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인 권혁부 씨라는 것이다. 권씨는 2011년 <추적60분> ‘천암함 편’과 ‘4대강 편’ 제재 당시에도 가장 강경하게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우리가 지난 노보를 통해 밝혔듯이 권 씨는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KBS 비평 시청자 데스크>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백년전쟁>을 방송한 RTV(시민방송)에 대해서는 최고 수위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주장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 권재홍 앵커의 이른바 ‘헐리우드 액션’ 보도에 대해서는 심의를 고의로 회피해 면죄부를 주었다.
KBS 이사 시절 정연주 사장의 부당한 해임을 선동했던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권력의 주구 노력을 마다하지 않으며 언론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물론 모든 언론노동자들은 권씨의 포악질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통심의위 위원들에게 고한다.
진실은 태산으로 덮어도 묻히지 않는다. 거짓은 대양에 뿌린다고 퍼지지 않는다.
<추적60분>에 재갈을 채운다면 그것은 당신들을 옥죌 사슬로 벼려질 것이다.
2013. 10. 2
전국언론노조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