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사태에 대한 논평(2013.6.17)
등록 2013.09.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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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편집국 봉쇄, 당장 해제하라
 

- 검찰은 장 회장의 범죄행위를 적극 수사하여 의법처단하라
 
 

15일 한국일보에서 반언론적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을 쫓아내고 편집국을 봉쇄해 버렸다. 또 기자들의 기사작성을 막기 위해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기자 180여 명의 접속 아이디도 삭제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한국 언론의 시계를 38년 전 박정희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리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내쫓은 기자들에게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제공 확약서’를 제시하며 서명을 해야만 편집국에 들어오게 해주겠다고 통보했다. 물리력을 동원해 기자들의 정상적인 취재활동 막고, 그것도 모자라 ‘충성계약서’나 다름없는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을 강요한 사측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장 회장 일당이 저지른 폭거는 불법적 직장폐쇄이자 정당한 이유와 정당한 절차를 일체 거치지 않은 집단 부당정직 조치로서 실정법인 노동법에도 위반되어 당연무효임이 분명하다. 장 회장 자신의 비리 문제로 불거진 일을 해결하기는커녕 용역까지 동원한 파렴치한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원상복구 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번 사태는 장재구회장이 2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 횡령을 저질렀던 데서 시작되었다. 그 진상규명과 범죄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4월 한국일보 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었다. 장 회장은 곧바로 이영성 편집국장을 경질한 뒤 새 신임 편집국장을 임명했고, 노조와 기자들은 회장의 비리를 덮기 위한 부당인사라고 항의하며 거부했다. 장 회장이 새로 임명한 하종오 편집국장은 신임투표에서 편집국 구성원들의   98.8%가 반대하여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 이로서 그는 편집국장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양심적인 기자들의 항의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가지치기’를 운운하며 강경대응을 시사했고, 급기야 지난 12일 이영성 편집국장을 해임했다. 그러더니 용역을 끌고 들어와 당직 기자 등을 내쫓고 편집국을 봉쇄한 것이다.
 
결국 오늘(17일) 한국일보는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못했다. 한국일보 역사상 큰 오점을 남기는 날이 되었다. 신문지면은 기자이름이 빠지거나, 연합뉴스 등 통신사에서 가져온 기사로 넘쳐 났다.
특히 사측은 자사 지면을 이용해 신문 발행의 파행을 노조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사측은 1면에 “노조의 반발로 40일 넘게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파행적인 신문 발행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신문 제작을 바로 잡는다”며 사건의 본질마저 호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도대체 한국일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측은 더 이상 독자들을 우롱하지 말라.
 
장재구 회장에게 엄중 경고한다. 언론사를 자신의 독점물인양 쥐고 흔들어대는 만용을 당장 중단하라. 편집국장을 부당해임하고, 정상적인 취재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용역까지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등 반언론적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기자와 독자,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
아울러 검찰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자 한다. 200억원대의 막대한 금액의 업무상 배임횡령 사건이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함께 고발되었는데도, 벌써 50일이 되는 시점까지 수사착수를 하지 않고 밍기적 대고만 있는 태도는 직무유기라고 규탄 받아 마땅하다. 검찰이 언론사 사주라고 해서 범죄 수사를 회피한다면, 이는 검찰의 존재의의를 스스로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장 회장의 비리에 대해 검찰이 의법 처단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13년 6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