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메인뉴스의 한반도 위기 보도에 대한 논평(2013.5.9)
등록 2013.09.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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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한반도 위기보도, ‘안보 상업주의’ 심각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극도의 긴장상태로 치달은 남북 관계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북한은 이전 체제와 달리 ‘정전협정 폐지’ 선언, 남북 평화의 상징이자 보루인 ‘개성공단 진입 금지’ 등 초강수를 두며 날로 이성적 판단과 예측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위협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출범 직후 곧장 검증대에 올랐지만, 사태 진전에 별다른 효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되려, 우리 정부는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칙이 있는지조차 의문일 정도로 북한의 전쟁 도발에 맞대응하며 ‘기싸움 프레임’을 펼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급기야 남북은 북한의 개성공단 진입 금지 조치 한 달 만에 ‘개성공단 잠정 폐쇄’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이 냉정한 상황 판단과 사태의 해결 의지를 통해 ‘평화’적 해결을 주도하지 못한 채, 위기국면만 심화시킨 셈이다.
   
위기국면을 심화시킨 데에는 언론의 역할도 컸다. 우리단체는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선언이 나온 3월 5일 이후부터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이 전원 철수한 5월 3일까지의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의 한반도 위기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방송3사가 국민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전쟁’을 시청률 경쟁을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접근하는 데 치중하면서 안보상업주의, 황색 저널리즘, 무분별한 흑백론 등의 특징을 보이며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를 시청률 경쟁과 정권에 대한 아부의 기회로 악용했다.
 
첫째, 방송3사는 ‘안보상업주의’에 매몰된 보도행태를 보였다.
방송3사는 연일 북한의 전쟁위협과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중계하며 남북 정부의 ‘기싸움’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방송3사는 KBS 41건(14.6%), MBC 34건(16.3%), SBS 36건(22%)의 보도에서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의 위협 메시지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 북한의 위협이 이전 체제와 달리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북한의 위협의도와 배경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조차 ‘위기상황’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송3사가 북한 매체의 위협 메시지를 집중 부각시켜 국민의 불안과 위기감을 무책임하게 고조시켰다.
방송3사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 의도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의 내적 안정과 결속’을 꾀하고, 외부적으로는 대화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술적 차원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작 방송3사는 남북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우리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보도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MBC와 SBS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 당국의 “선전술이다”, “말의 성찬” 등 자극 해석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며 갈등국면을 부추겼다.
또한 방송3사는 북한과 한미, 일본 등 주변국의 전력 배치 및 최신 무기의 성능을 단순 소개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심지어 방송3사는 북한의 미사일이나 잠수정, 전투기 등의 성능과 북한의 위협 발언을 거론한 뒤, 무기 증축의 필요성을 부각하거나, 군 당국의 무기 증축 계획을 전달했다. KBS는 “예산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며 국회의 국방예산 감축에 대해 압박하는 듯한 해석을 달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최신식 무기가 한반도에 집중 배치됨에 따라 미-중-일 등 주변국으로까지 긴장상태가 번질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방송3사는 이같은 점엔 주목하지 않았다.
 
둘째, 방송3사는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를 보였다.
특히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위기국면에서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 나서는 이른바 ‘황색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였다. KBS와 MBC는 개성공단이나 관광사업 등을 ‘외화벌이’라고 비꽜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외모를 공격하거나, 북한에 악당이미지를 덧칠하는 등 인신공격 수준의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김정일-김정은 두 부자에 대한 외모비하를 북한에서 ‘최고모독’ 수준으로 강도 높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기국면에서 공영방송이 굳이 북을 자극하는 보도를 내놓는 저열한 보도행태를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황색저널리즘은 한반도 위기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갔다. 북한은 ‘언론의 무례함’을 개성공단 통행차단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의 주장대로 언론보도가 실질적인 폐쇄 이유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자극적 보도행태가 북한에 폐쇄 빌미를 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방송3사 역시 “북한의 도발위협 속에서도 개성공단 가동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며 ‘달러박스’, ‘외화벌이 수단’ 등의 표현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식의 보도들을 냈다. 방송3사는 개성공단 잠정 폐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내며 “북한이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극적 해석을 이어갔다.
 
셋째, 방송3사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 강경일변도의 대북방침을 무비판 보도하거나 무분별한 ‘감싸기’ 행태를 보였다.
특히, 방송3사는 “도발 후 대화는 악순환”이라는 정부의 대북방침을 무비판 보도하며 강경대응을 부추겼다.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려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위협에 따른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무분별한 ‘대북강경론’으로 ‘대화 채널’을 모두 잃은 이명박 정부의 패착을 답습하는 결과만 야기할 뿐이다. 북한의 위협에 끌려가지 않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삼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의 큰 그림을 북한에 먼저 제시하는 노력을 보여야 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신뢰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북강경론’으로 맞서는 태도로 일관해 사실상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대북정책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방송3사의 보도에서는 정부의 대북방침에 대한 받아쓰기식 보도만 난무했다. 심지어 ‘대화제의’를 앞두고 청와대와 통일부가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심각한 혼선을 보이기도 했는데, 방송3사는 이를 아무런 설명 없이 그대로 중계보도하며, 언론으로서의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보도를 내놨다.
한편, 방송3사는 정부 출범 이후 유례없는 국정공백 장기화 사태가 지속된 데 대해 비판하긴 커녕 오히려 ‘안보 위기’를 운운하며, 청와대의 ‘정부조직법 밀어붙이기’와 ‘부적격 인사 임명 강행’에 힘을 싣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MBC는 전쟁국면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MBC는 통합진보당이 한미 군사훈련이 전쟁연습이라며 중단을 촉구한 사실을 전한 뒤, “북한 감싸기로 종북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노골적인 비난을 부각시켰다.
 
이처럼 방송3사는 극도의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안보상업주의, 황색저널리즘, 무비판적인 정권 추종에 치우친 보도를 내놓는 반저널리즘적 행태를 통해 언론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스스로 훼손시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만한 요인들에 대해 사전에 경고하고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시켜야할 언론 본연의 환경감시기능을 역행한 것이다. 이러한 방송3사의 행태는 그 자체로 헌법의 정신과 방송법의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부당한 행태이다. 더구나 방송3사는 ‘안보 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면서도, 이를 방패삼아 다른 한편으로 정부의 실책을 덮는 정권나팔수 노릇을 일삼아 국민을 두 번 우롱했다.
 
방송3사의 한반도 위기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평화’를 전제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거나 전쟁의 참혹함을 경고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쟁 최대 피해자는 어느 누구도 아닌 ‘남한-북한’의 국민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방송3사는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평화’이지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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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