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봄 개편안에 대한 논평 (2013.04.05)
등록 2013.09.26 11:18
조회 470
박정희-근혜 찬양 <다큐극장>, 즉각 중단하라
- 정치편향·역사왜곡 누더기 KBS 봄 개편안, 재검토하라
 
 
2013년 KBS 봄 개편이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와도 같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공영방송의 책무는 내팽개쳐졌고, 구성원들과의 논의도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도 생략됐다.  
 
어제(4일) KBS 사측은 최종 봄 개편안이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 △편성구조 혁신을 통한 다양성 확대 △2TV 채널 경쟁력 강화 등의 방향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곳을 살펴봐도, KBS 사측에 상응하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정권 아부의 역사왜곡 다큐멘터리와 시간 때우기용 재탕 프로그램 편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먼저, 가장 심각한 것은 정치적 편향의 우려가 큰 <다큐극장>이다. 사측은 이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실무진의 반대가 극심하자, 그 반대를 피해가기 위해 담당 부서를 다큐국에서 외주제작국으로 변경해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도록 꼼수를 부렸다. KBS가 그동안 일관되게 지켜온 역사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 원칙을 깬 것이다. 이는 관리가 손쉬운 외주제작사를 통해 사측이 원하는 대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겠다는 비열한 저의를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폭로돼 여론의 비판이 일자, 사측은 PD협회와 논의를 통해 △제작 주체의 다큐국 환원 △방송 시점의 5・6월 연기 △타이틀이나 포맷 변경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곧바로 파기되었다. 사측이 설명회 당일인 4일 합의 파기와 원안 강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PD협회와의 논의와 수정 약속은 당장의 비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시간벌기용 기만전술이었던 셈이다.
 
사측은 <다큐극장>이 이번 선거에서 보인 “세대간 소통 부재와 갈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세대간 갈등을 푸는 것이 KBS의 공적 책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기획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쓴 ‘밀실・강행 추진’과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맞춤 역사왜곡’의 부작용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다. 이미 KBS는 2011년 친일행적이 분명한 백선엽 씨를 미화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우상화한 역사 프로그램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당시 그 제작을 총괄했던 사람이 현재의 길환영 사장이다.
 
정치적 편향과 역사왜곡의 우려는 <다큐극장>에서만 터져나온 것이 아니다. 라디오 개편 과정에서는 방송 경험이 전무한 최양오 씨를 경제프로그램 진행자로 앉히려다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 김무성 전 의원의 처남인 것으로 드러나 불발되었다. 또 <열린 토론> 대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는 노골적인 친 박근혜 행보로 악명이 자자한 고성국 씨를 추진하다가 내외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이 역시 불발되었다.
 
한편, 각 영역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던 1TV의 환경・과학・역사스페셜과 KBS스페셜은 라는 프로그램으로 통폐합되었고, 1라디오 시청률 1위인 <열린 토론>은 결국 폐지가 확정되었다. KBS의 공영성을 대표했던 프로그램들이 대거 축소・폐지된 것이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 개편안은 기존 프로그램의 이름만 바꾼 재탕・삼탕이다. 사측이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내세웠던 1TV의 <당신이 바꾸는 세상>, <문화 책갈피>는 기존의 편성 프로그램들과 이름만 다를 뿐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여타 신설 프로그램들도 KBS의 기존 포맷들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렇듯 엉망진창인 봄 개편안 추진의 핵심에는 ‘부적격 사장’ 길환영 씨가 있다. 그는 2011년 2월 콘텐츠본부장 시절 본부장 신임 투표에서 88%라는 기록적인 불신임율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가는 곳마다 물의를 빚으며 친 정권 방송을 밀어붙이는 무리수를 둬왔다. 그는 이번 개편안에서도 시사・교양프로그램은 축소‧폐지하고, 극심한 논란이 불가피한 현대사 다큐멘터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KBS를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에서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로 변모시키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길환영 씨는 지난 3월 3일 창사 40주년 기념사에서 “유익하고 건강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공영방송 KBS의 책무”라며 “KBS 재정이 안정화되면 공적 기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등 수신료를 인상해 국민의 주머니를 털 궁리만 하고 있다. 하지만 친 정권 편향의 밀어붙이기식으로는 KBS의 공적 기능은 고사하고, 국민들의 외면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이런 방송에게 수신료를 기꺼이 올려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길 씨와 사측에 요구한다. KBS의 공영성과 다양성,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 뻔한 역사왜곡과 정권호위의 봄 개편안을 즉각 취소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새로운 봄 개편안을 원점부터 재논의하라. 길 씨가 주장한 대로 KBS의 책무를 온전히 수행하려면, 먼저 공정방송을 위한 의지와 장치를 분명히 하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벗어나 중립적인 위치에 서도록 방송의 개편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실제 제작을 담당할 사내 구성원들의 의사와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길 씨와 사측은 더 이상 자신들의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국민들이 KBS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역지사지로 성찰하고 그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끝>
 
 
2013년 4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