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논평 (2013.3.4)
등록 2013.09.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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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방송공공성’ 포기를 강요하지 마라
- ‘방송장악’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묵살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다
 
 
오늘(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제위기상황을 강조하며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방송장악 우려에 대해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리고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현실에서 방송정책과 통신정책을 분리시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의 핵심인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규제를 모두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했고, 뉴미디어 방송 사업자가 보도 기능을 하는 것도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긴 대국민담화는 방송에 대한 몰이해와 편협한 시각만 드러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부조직개편 시도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 대로 방송정책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에 넘기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침해를 합법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방송정책을 합의제 중앙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 역시, 지난 권위주의 시대 공보처가 방송을 좌우하던 암흑기를 교훈삼아 2000년부터 합의제 독립기구에서 방송정책을 운영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결과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제위기’, ‘성장’을 거론하며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에 방송정책을 맡기겠다는 것은 ‘과거회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산업진흥 논리를 우선한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에 IPTV, SO, 위성방송 등의 인․허가권을 넘기는 것은 독임제 부처 장관을 통해 이들 방송들이 장악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왜냐하면 IPTV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미래부가 친정부 성향 방송 채널에게 이른바 ‘황금 채널 번호’를 배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비보도 PP인 연예, 오락, 드라마, 다큐 채널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정치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방송정책 미래부로 이관’ 고수 방침을 밝힌 것은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방송의 공공성’을 포기하라고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만 옳다’는 오만한 자세로는 대통합을 이룰 수 없다.
 
아울러 수차례 지적했듯이 지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겪은 언론장악의 폐해가 너무도 크다. 때문에 언론장악의 연장선에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채 ‘무조건 믿으라’는 것은 허울 좋은 허상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 새누리당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언론장악에 대한 국정조사,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요원한 상태가 아닌가.
 
박 대통령에 요구한다. 이번 정부조직법 난항의 일차적인 원인은 ‘방송 공공성 훼손’에 대한 국민과 야당의 우려에 귀를 막은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원안 고수 방침 때문이다. 산업진흥을 방송의 공공성보다 앞세우며 국민에게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고 항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방송장악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나아가 방송 장악용 정부조직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섬으로서 언론 공공성 회복에 몸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대선 시기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국민 대통합’은 방송 장악을 통해 결코 이뤄질 수 없음을 깊이 되새기길 바란다.<끝>
 
2013년 3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