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새 정부 방송정책, 늦더라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안 어설픈 합의 안 된다-
청와대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모레(5일)까지 처리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오늘 청와대로 초청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늑장 처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방송정책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한 줄도 고칠 수 없으니 너희가 전부 양보하라’는 식이다. 진정 정부조직 개편안을 조속히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언론단체는 정부조직 개편안 지연 처리에 대한 책임이 불통의 태도를 고집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있음을 거듭 밝힌다.
언론단체는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만,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미래창조과학부에 IPTV, SO, 위성방송 등의 인․허가권을 넘기는 것은 독임제 부처 장관을 통해 이들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아가, 이들 방송의 채널 배정권과 재송신 정책 등을 통해 지상파를 비롯한 모든 방송사를 길들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누누이 강조했던 국민 대통합은 방송 장악을 통해선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언론이 제대로 서고 이를 통해 국민과 소통을 해야만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방송 장악용 정부조직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언론단체는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양보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다. 민주통합당의 양보안은 ‘IPTV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제외한 IPTV 관련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바둑, 골프, 요리 채널 등 비보도 PP 관련 분야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양보안이 통과할 경우 IPTV의 정치적 편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IPTV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가 친정부 성향 방송 채널에게 이른바 ‘황금 채널 번호’를 배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보도 PP인 연예, 오락, 드라마, 다큐 채널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정치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언론단체는 민주통합당에게도 요구한다.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여론몰이가 두려워 어설픈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공정성을 뒷전으로 미뤄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방송 독립의 복원과 언론 생태계를 사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끝>
2013년 3월 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