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이야기쇼 두드림> 나경원 씨 출연에 대한 논평(2013.01.21)
등록 2013.09.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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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야기쇼 두드림>, ‘정치적 오염’으로
시청자 신뢰 저버렸다
 

공영방송 KBS가 특정 정치인을 출연시켜 과거 의혹을 해명해주는 방송을 내보내 ‘의혹 털어주기’ 방송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19일) KBS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경원 2013년 평창동계 스페셜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오늘의 멘토’로 출연했다. 나 위원장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왔다가 연회비 1억원인 호화 피부클리닉에서 피부 관리를 받아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두드림>은 2011년 11월 방송을 시작한 이래 주로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종교인, 사업가, 학자 등이 청년들에게 소중한 경험과 인생의 또 다른 시각을 전해주는 ‘멘토’로 출연해 왔다. <두드림>의 지향점은 “이 시대가 원하는 최고의 멘토를 만날 수 있는 토크쇼! 대중의 가슴을 두드리는 혁신적인 토크쇼”이다. 그 동안 <두드림>은 청년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멘토’들이 출연해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한 세간의 호평과 대조적으로, 지난 주 토요일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지탄을 받았던 나 위원장이 청년들의 ‘멘토’로 출연한 것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고 의문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 나 위원장이 ‘멘토’의 이름으로 출연한 것, 나아가 방송 중에 자신에 대한 의혹을 일방적으로 변명한 것은 ‘집권여당의 방송에 대한 정략적 이용’ 혹은 ‘균형감을 상실한 방송의 권력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떠올리게 한다.
나 위원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1억 피부과 설’에 대해 질문을 받자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피로누적으로 입이 삐뚤어진 상태에서 병원을 갔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저는 전국에 지원유세를 다닐 정도로 바빴다. TV토론 같은 경우도 어려운 주제가 있으면 늘 저보고 나가라고 했다. 그날도 한 시간짜리 방송을 하기로 한 날인데, 입이 약간 삐뚤어진 상태였고 말이 어눌하게 나왔다. (회복하는데) 2주 정도 걸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주기적으로 몸 관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주나 3주에 한번 경락을 받기로 했는데 그 병원을 간 이유가 ‘일타삼피’가 가능하다해서 갔다가 구설수에 올랐다”고도 했다.
 
<두드림> 제작진은 나 위원장의 출연이 “정치권 등의 요청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 ‘1억 피부과 설’ 의혹 해명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논란이 되는 사람의) 출연을 막는 게 아니라 출연을 하게 해서 시청자들에게 판단을 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제작진의 변명은 궁색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부당한 방송장악 이후, 출연자들의 결정에 정치적인 잣대가 작용해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제작진의 그 변명은 나 위원장을 위해 방송이 뭔가 하도록 외부 권력이 KBS 고위층에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까지 차단하는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다. 또한, 그 변명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인물의 출연에 대해 제작진이 공감·동의하거나 스스로 기꺼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말로, 이는 제2, 제3의 ‘나경원식 멘토’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불길하고도 위험한 예고 혹은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멘토’로서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의혹이 있는 인물을 ‘멘토’로 내세우고, 그 의혹을 일방적으로 해명하는 시간까지 준 것은 방송편성의 기본원칙에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나 위원장이 이 프로그램에 ‘멘토’로서 출연하는 데 문제가 없으려면, 세간의 의혹이 충분이 해소된 상태여야 한다. KBS가 그것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멘토’로서 출연시킨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청년들에게 ‘멘토’로서 한 마디 하는 시간 중에 ‘멘토’로서 부적격한 요인이 되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일방적인 해명하는 시간을 부여한 것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공익적 토크쇼’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출연자들을 섭외하고, 그 사람의 정치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동원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 위원장에게 청년들의 ‘멘토’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것, 나아가 ‘1억 피부과 설’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스스로 이 프로그램의 본원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두드림> 제작진이 이러저러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시청자들의 의혹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구차하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두드림> 제작진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다. <두드림> 제작진은 이번 일로 실추된 <두드림>의 명예와 신뢰를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KBS의 추한 모습을 또 한번 목격하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아온 좋은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동원하는 추악한 행태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진의 내적 자율성을 재건하고 강화하기 위한 반성과 개혁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선 안 된다.
우리는 새로 들어설 18대 정부와 작년 출범한 19대 국회에 대해 촉구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 및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불법부당한 방송장악에 대한 진상규명에 즉각 나서라. 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타락시킨데 책임 있는 낙하산 사장과 그 부역자들을 즉각 퇴진시켜라. <끝>
 
 
 
2013년 1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