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김재철 씨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철회하고,
검찰은 범죄혐의가 명백한 김 씨를 기소하라
영등포경찰서는 MBC노조가 작년 3월과 5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른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김 사장이 무용가 정 씨에게 쓴 회사 돈이 업무 관련성이 없어야 배임 등의 혐의가 성립하는데 그렇게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고, △정씨에게 공연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실무 담당자들의 진술 등을 볼 때 강압이나 강요가 없었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려우며,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충북 오송의 주택도 김 사장 본인 소유로 보인다”며 검찰에 무혐의불기소 의견을 송치했다.
김 씨는 MBC노조에 의해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과도한 특급호텔 투숙, 명품 핸드백‧고가의 진주목걸이‧여성용 고급화장품 구입, 일본 여성전용 피부관리업소 출입 등으로 회사 공금 6억9천만원을 남용하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공연 티켓을 동향 지인에게 선물하고, 대형뮤지컬 제작 경험이 전무한 무용가 정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제작비 12억원에 이르는 MBC 창사 51주년 뮤지컬을 맡기는 등 7년 동안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공연을 몰아주는 등 배임죄를 범한 혐의와, 정 씨와 함께 충북 오송의 아파트 3채를 공동구매하면서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김 씨가 거액의 회사 돈을 남용하고 무용가 정 씨에게 공연을 몰아준 사실, 정 씨와 함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명의를 빌린 사실 등 MBC노조가 고소한 김 씨의 혐의내용 대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런 상태에서 시간을 질질 끌기만 했다. 그러다가,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무혐의로 결론짓고 불기소 의견을 송치했다. 경찰의 이러한 행태는 상식과 사회정의의 수호자여야 할 경찰이 부당한 권력의 주구가 되어 상식과 사회정의의 배신자로 타락한 참상이 아닐 수 없다.
MBC노조가 제출하고 경찰이 확인한 김 씨의 혐의내용들은 그 사실관계와 위법성이 너무나 명백하다. 영등포경찰서는 MBC 파업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물증도 없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하고 기각당하는 망신을 연거푸 당한바 있다. 그런 영등포경찰서가 김 씨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터무니없이 완벽한 물증을 요구하고 있다. 김 씨의 혐의입증을 위해 이미 확인된 물증들 외에 어떤 물증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영등포경찰서의 임무가 범죄수사가 아니라 범죄변호로 갑자기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2008년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 대한 검찰의 배임혐의 고소와 그에 따른 사장직 해임은 죄 없는 사람에게 거짓 죄를 뒤집어씌워 정권의 방송장악을 관철시킨 권력형 비리 사건이었다. 김재철 씨에 대한 경찰의 불기소 의견송치는 겉으로 보기에 이와 대조적이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혐의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교묘한 언사로 물증부족 운운하며 김 씨에 대한 무혐의 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것은 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갖다 바친 잘못된 충성의 대가로 그의 개인비리를 덮어주는 또 다른 유형의 권력형 비리사건인 것이다.
우리는 경찰에게 요구한다. 김 씨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 의견 송치를 철회하고, 김 씨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다시 하라. 검찰에게도 요구한다. 영등포경찰서의 몰상식한 불기소 의견을 각하하고 김 씨를 기소하라. 우리는 현 정권에게는 양심이나 상식 등에 대해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의 판단과 선택에 대해선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박 당선인에게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살리는 정의를 기대하고, 공인의 추악한 비리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공정한 심판을 요구하는 상식을 요구한다. <끝>
2013년 1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