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 노조의 투쟁을 지지한다'제작 편성과 광고의 분리'라는 대원칙은 철저하게 짓밟혔고, 방송 광고 시장은 조중동방송의 조폭적인 광고 영업으로 무한경쟁으로 내던져졌다.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중소매체의 지원을 제도화했다는 대목을 '성과'로 내세우며 위로하기엔 명분은 물론 실리까지 놓친 너무나 참담한 결과다.
지난 1월 새누리당은 이른바 ‘여야합의안’에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40% 출자를 제약하는 대목이 들어있음을 뒤늦게 알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했었다. 그동안 미디어렙법의 ‘연내처리’, ‘조속한 처리’ 등의 미명으로 새누리당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던 민주통합당은 겉으로는 반발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새누리당의 이 요구마저 들어주기 위해 꼼수를 찾았던 모양이다.
두 당은 8일 법사위에서 이른바 ‘여야 합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후 각각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원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각각의 수정안으로 경합을 벌이자는 것은 새누리당의 안이 통과되도록 방치하겠다는 얘기다.
시나리오에 따라 새누리당은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지분 40% 출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냈고, 당연히 이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민주통합당은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유예기간을 1년 줄이고, 중소매체 지원을 구체화하는 수정안으로 이 ‘쇼’의 주연 중 하나가 되었다.
종교방송 등의 압박과 언론노조 등 일부단체들의 무조건적인 ‘미디어렙법 처리’ 주장을 핑계로 대지 말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안을 찾아내고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것이 야당의 정도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렙법을 처리하겠다는게 어디냐”며 누더기 미디어렙법을 ‘차선’인 양 호도하고, “연내처리를 위해서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시민단체를 압박했던 당신들의 행태는 언론사에 남을 치욕이다. 종교방송 등이 내보내주는 달콤한 ‘띄워주기’ 기사에 취해 자신들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착각이다.
시대와 국민은 원칙과 명분을 내던진 정치세력과 정치인을 키워주지 않는다.
지난 연말부터 오늘 누더기 미디어렙법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냉정하게 성찰해보기 바란다. 미디어렙의 원칙을 지키고, 중소매체들에 대한 대책부터 세우자는 시민단체를 공격하고, 언론운동진영을 분열로 내몰면서까지 얻어낸 성취라고 하기엔 과정과 결과가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미디어렙법의 개정을 위해 총력투쟁하겠다”는 이들의 일성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누더기 미디어렙을 얻기 위해 운동의 생명인 원칙과 명분을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조중동종편 광고직거래 결사 반대”를 외치던 이들은 순식간에 “미디어렙법 연내처리”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함께 싸워온 시민단체마저 공격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들의 “미디어렙법 개정 총력투쟁”을 믿을 수 있겠는가? 특히 누더기 미디어렙의 최대 수혜자들이 ‘주력군’이 되어버린 언론노조가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