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네트워크] ‘조중동 특혜’ 미디어렙법 폐기와 조속한 재논의를 촉구하는 논평(2012.2.6)
등록 2013.09.26 10:27
조회 356
‘조중동 특혜’ 누더기 미디어렙법 안된다
 
 
 

여야가 오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미디어렙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소유지분 40% 허용을 확실하게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남아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법안이 처리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디어렙법 제정의 원칙을 분명히 밝히며, 여야가 ‘누더기 법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른바 ‘여야 합의안’이라는 현재의 미디어렙법안이 ‘제작·편성과 광고 분리’라는 미디어렙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조중동종편에게 2년 이상 합법적으로 광고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허용했고, SBS는 지분 40%를 출자한 미디어렙을 소유함으로써 사실상 광고 직거래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재의 법안은 ‘조중동 특혜법’, ‘SBS 특혜법’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야는 조중동종편에게도 미디어렙 지분 40% 소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합의했으나,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이를 챙기지 못해 결과적으로 조중동종편은 미디어렙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중동 특혜’라는 법안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런 상황은 여야가 얼마나 졸속으로 법안을 마련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그지 없다. 지난 연말에는 민주통합당이 여야 합의안에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유예기간이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 ‘사업자 승인’ 시점부터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려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밖에도 민주통합당은 광고시장의 혼탁을 막기 위한 ‘1공 1민’ 체제를 당론으로 주장해오다가 이를 포기하고 새누리당의 ‘1공 다민’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종편과 SBS에게 자사 미디어렙을 허용하여 사실상의 직접 영업의 길을 터주는 것이다. 게다가 동종매체간 크로스미디어 영업마저 허용했다. ‘제작·편성과 광고의 분리’,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등 미디어렙법 제정의 원칙이 사라져버렸지만, 민주통합당은 이 법안이 종교방송 등의 연계판매를 법적으로 보장해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누더기 법안을 ‘성과’인 양 주장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누리당은 누더기 법안이 자신들의 대단한 ‘양보’의 결과인 양 호도하면서 끊임없이 추가 요구조건을 들고 나왔다. 지난 연말에는 KBS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며 기어이 ‘수신료 인상 소위구성안’을 처리했고, 이제는 조중동종편이 미디어렙 지분 40%를 소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고쳐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무조건적인 ‘미디어렙법 연내처리’ 프레임에 빠져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렸다. 야당과 중소매체, 일부 단체들이 미디어렙법의 ‘연내처리’를 목표로 삼고 나서자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 자체를 무기로 휘두르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의 억지 요구가 거듭되는 가운데 미디어렙법안은 ‘연내처리’되기는커녕 해를 넘겨 한달 이상 논란을 거듭하게 됐고, 오직 ‘연내처리’를 주장하는 것 외에는 어떤 대책도 거부했던 중소매체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원칙은 원칙대로 훼손하고, 현실적인 피해도 막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중소매체들을 위한 긴급 조치를 마련하고 미디어렙법의 조속한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 만의 하나 현재의 누더기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거나, 또는 새누리당의 마지막 요구마저 수용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부작용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여야는 누더기 미디어렙법이 초래할 결과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특히 당론조차 폐기하고 새누리당의 거의 모든 요구를 수용한 민주통합당은 누더기 미디어렙법을 통과시킨 이후에 대한 최소한의 구상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조중동종편이 ‘합법’의 이름 아래 저지르는 조폭적 광고 영업과 그로 인한 폐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SBS가 미디어렙 지분 40%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사실상 광고 직거래를 하게 된다면 뒤늦게 무슨 조치를 취해 ‘SBS 자사렙’에 제동을 걸 것인가?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기 어렵고 특히 소유지분과 같은 부분은 규제 강화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은 민주통합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언론악법으로 탄생하고 각종 특혜로 지탱하고 있는 조중동종편의 ‘재검토’를 천명했다. 그래놓고 조중동종편에게 가장 강력한 특혜인 광고 직거래를 허용해주는 법안을 처리한다면 이후 조중동종편 재검토, 특혜 철회 등 정책을 펼 때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1월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새롭게 출발한 통합정당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명숙 대표 체제의 민주통합당은 벌써부터 ‘도로 민주당’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조중동 특혜’ 미디어렙법의 공모자가 된다면 그 자체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자,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태다. 무너져가는 새누리당에 굴복하고, 특정 방송사의 로비에 휘둘려 패착을 두지 말 것을 경고한다.
새누리당에게도 거듭 경고한다. 이미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새누리당이 ‘누더기 미디어렙법의 주범’까지 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르는 엄중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누더기 미디어렙법안을 당장 폐기하라. 그리고 원칙에 맞는 법안 제정을 서둘러라.
 

2012년 2월 6일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