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SBS 광고 직접영업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논평 (2012.1.28)
등록 2013.09.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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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장 농단하는 SBS, 광고 직접영업 중단하라
 
 

‘누더기 미디어렙법’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SBS가 ‘두 손의 떡’을 들고도 제 이익만 더 챙기겠다는 추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미디어렙사를 설립하여 사실상의 광고 직접영업을 강행하고 나섰다가 현실적인 준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코바코 체제에 일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다시 직접영업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중소방송사들을 농락하고 방송광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뿐 아니라 ‘미디어렙법’ 논란을 더욱 꼬이게 하는 행태다.

SBS는 지난해 10월 미디어렙법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미디어렙사를 설립하여 광고 직접영업을 선언함으로써 중소방송사들을 불안케 하면서 ‘누더기 미디어렙법이라도 무조건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에서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렙법안은 SBS가 40%의 지분을 출자한 미디어렙을 설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SBS에만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과 같은 효과를 보장했다. 또한 경과규정까지 ‘덤’으로 얹어주어 미디어렙법이 제정되더라도 SBS홀딩스 자회사로 이미 설립된 미디어렙이 수개월 동안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허가과정도 더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누더기 미디어렙법’이 처리되든 되지 않든 자사미디어렙을 통해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을 할 수 있는 SBS는 미디어렙 제정 과정에서 조중동종편을 능가하는 수혜자가 되었고, 그 배경에 청와대 하금렬 대통령 실장 등 ‘SBS라인’의 압박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누더기 미디어렙법’을 둘러싼 논란이 주로 조중동종편 특혜 문제에 쏠리면서 ‘SBS 특혜’의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다. SBS로서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에서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렙법 공백 중에 광고 직접영업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인지 SBS의 미디어렙사를 통한 광고판매의 결과는 초라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SBS는 지난해 광고실적에 비해 100억 가량 떨어지는 등 직접영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하며, 전산시스템과 인력 등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디어렙법 논란을 틈탄 SBS의 직접영업은 연계판매 되어 오던 중소방송매체들의 생존을 위협했을 뿐 아니라 SBS 자신들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자 19일 SBS는 코바코 체제로의 복귀를 타진하면서 오는 5월까지 직접영업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이 같은 SBS의 움직임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설 연휴가 끝나자 SBS는 또 한번 입장을 뒤집었다. 코바코 체제로의 일시 복귀를 ‘없던 일’로 하고 다시 광고 직업영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SBS에게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일말의 책임 의식도 남아 있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송시장을 이렇게 농락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SBS의 모습은 ‘무엇이 우리의 이익에 더 유리한가’에만 골몰해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꼴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방송매체들의 불안감이나 생존은 무시되었고, 올바른 미디어렙법의 제정과 그를 통한 방송공공성 보장이라는 대원칙은 짓밟혔다.

다시 한번 SBS에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코바코 체제에 복귀해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려라. 그것이 중소방송매체와 SBS, 전체 방송시장에 득이 되는 길이다.
이 와중에 광고 직접영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SBS에게도 결국엔 손해가 될 것이다. SBS의 추태는 SBS가 지상파 방송사의 외피만 썼을 뿐 일말의 공적 책임의식도 없는 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SBS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이런 방송사에게는 자사 미디어렙 금지는 물론 더욱 엄격한 미디어렙 소유지분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SBS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아울러 여전히 ‘누더기 미디어렙법’을 차선이라고 주장하며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는 일부 단체와 정치권, 종교방송 등 중소방송 매체들에게 촉구한다. 일단 특별법 등 긴급조치부터 마련하고 중소방송매체들을 구제해 SBS의 일거수일투족에 휘둘리고, 한나라당에 ‘누더기법’의 처리를 매달리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특별법이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과 미디어렙법은 충돌하는 법이 아니다. 일단 긴급한 조치를 취해놓고 방송제작 및 편성을 광고영업과 분리하도록 하는 미디어렙의 원칙에 맞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부족하나마 특별법이라도 만들어놓고 미디어렙법 논의를 했다면 상황은 어떠했을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나오는 한나라당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줄 수 없어 결국 ‘연내처리’는커녕 한달 이상을 흘려보냈고, 특별법조차 없는 상황에서 중소방송매체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부족하나마 대책을 만들자. 그것이 거대정당과 거대방송사에 휘둘리지 않는 제대로 된 미디어렙법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최시중 씨가 조중동종편을 만드는 과정에 부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사퇴한 마당에 조중동종편 특혜로 얼룩진 ‘누더기 미디어렙법’에 대한 강행처리 명분은 더욱 퇴색했다. 이런 객관적 정세에 대해서도 언론운동 진영과 야당은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2012년 1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