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 국민의 SNS감시, 방심위 규탄 기자회견
박만 위원장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홍위병으로 나서는가?
드디어 일이 터졌다. 지난 12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3인의 야당추천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여당위원들만으로 통과시켰다. 오는 7일부터는 본격적인 심의에 나서겠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달 20일 이 직제규칙 개정안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이번 SNS와 앱 심의조직의 신설은 전체 SNS와 앱의 극소수를 차지하는 ‘음란물’을 빌미로 정권과 한나라당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사적인 표현물들’을 검열을 통해 걸러내고 옥죔으로써 자신들을 임명해준 정권에 보은하고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에 기여하겠다는 부정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규정하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
여야 정치권조차 ‘정치적 악용’을 이유로 SNS와 앱 심의조직의 신설을 반대했고, 지난 11월 국회 문방위는 20 12년 예산안 심사에서 2억 1,900만원의 SNS와 앱 규제 관련 예산을 여야 합의로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반대도 방통심의위의 독선과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이번 직제규칙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SNS와 앱 심의의 명분이었던 ‘음란물’이 ‘불법정보’로 바뀌어졌다. 당초 이번 직제규칙 개정안이 SNS와 앱 상의 음란물을 심의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지난 1일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여당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초등학생 동창생을 찾거나 요리법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 동기가 정치적 참여 성격이 크다”, “공적 성격이 있다면 당연히 감시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등 국민의 정치적 표현을 심의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물론 ‘신고’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명예훼손을 이유로 SNS, 앱 그리고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의 심의도 가능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SNS와 앱 심의 전담팀, 즉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의 신설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실상의 검열이자 여론감시로써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방통심의위는 조직 신설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방통심의위에게 이러한 요구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의 실효성은 없으면서도 헌법 원칙인 ‘과잉침해금지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사용하는 SNS, 앱 그리고 팟캐스트 등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SNS나 앱 중 특정 글만을 삭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계정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소수의 정보로 인해 대다수 합법정보가 차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더구나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적인 표현 영역’임에도 이를 사실상의 행정기관이 심의하려는 것은, 국가에 의한 검열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방통심의위가 SNS, 앱 그리고 팟캐스트 상에서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사적인 표현물을 ‘명예훼손’을 악용하여 차단할 칼을 쥐게 되었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 박순화 통신심의실장은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사자의 신고가 있을 경우 명예훼손을 이유로 방통심의위가 심의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자진삭제를 권고하고 아니면 강제차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민들은 PD수첩 <광우병편>과 같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보도나 박원순 시장과 같은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에 아주 익숙하다. 결국 정치인이나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신고를 하게 유도하고 심의 후 차단하겠다는 ‘청부심의’, ‘표적심의’가 방통심의위의 꿍꿍이는 아닌가?
셋째, SNS나 앱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 중 일부 규제가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기존과 같이 불법정보·유해정보·권리침해정보 중 하나로 보고 심의하면 된다. 실제로 SNS 서비스의 이용자들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문제될 만한 내용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굳이 별도 조직을 신설해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넷째, 그동안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엄청난 양으로 인해 ‘인상(印象)’에 의한 졸속 심의가 문제가 되었고, 계정 차단자의 의견 진술권조차 박탈해왔다. 올해 8월까지 통신심의 상정안건은 3만 6,922건으로, 심의위원회 1회당 평균 879건이 상정되어 1분당 7.26건이 처리되는 셈이었다. 심의가 근본적으로 부실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피해자의 의견진술권조차 박탈해 헌법상 적법절차원칙마저 위배했다.
무엇보다도 내년 총선,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삼가야 할 ‘사실상의 행정기관’이 국회까지 무시하며 검열조직이라는 우려가 매우 큰 팀을 새로 꾸리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공영방송 파괴 6적’ 중 하나이자 ‘공안검사 출신’ 박만의 방통심의위가 해야할 일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스스로 ‘권력의 홍위병’으로 나서려는 것은, 패악한 권력의 재창출을 위한 방법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 밖에 없다는 절박함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자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는 우리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박만 위원장에게 역사의 사필귀정을 다시 일깨우며 우리는 단호히 요구한다. “방통심의위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는 시대착오적 심의를 중단하고,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의 신설을 즉각 철회하라.” (끝)
2011년 12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언론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