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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한나라당 한미FTA 날치기 폭거’ 정당화 행태를 규탄하는 논평(2011.11.23)
등록 2013.09.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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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도 감싸는 조중동·방송3사, 이러니 도태되는 것이다

 

22일 한나라당이 기어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야당의 저항을 차단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온갖 꼼수가 동원됐다. 한나라당은 새해 예산안 심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여는 척하다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추악한 날치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심산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비공개 본회의’를 의결했다. 본회의장 방청석까지 봉쇄됐고 기자들마저 출입이 막혔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달려온 야당 의원들은 거대 여당의 폭거 앞에 무기력했다. 이 와중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려 날치기를 막아보려는 ‘극단의 저항’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은 ‘24일 처리설’을 솔솔 흘리면서 국민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착착 해왔고, 그 시나리오에 따라 우리사회의 미래를 날치기 처리해버린 것이다.
 
 
KBS “국익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대놓고 날치기 옹호
그러나 방송3사와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날치기 폭거를 ‘물타기’ 하거나 정당화하고 있다. 22일 저녁 방송3사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기습처리”했다며 국회 상황을 단순 나열함으로써 날치기를 물타기했다. 심지어 KBS는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었고 몸싸움은 없었다”며 적극 옹호했다. 한나라당의 미공개 본회의와 날치기 처리를 비판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반면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데 대해서는 방송3사가 목소리를 높여 비난했다. 이들은 ‘18대 국회가 해머와 몸싸움에 이어 최루탄까지 터뜨렸다’고 김 의원을 비난하면서도, 야당이 왜 몸싸움을 벌이고 해머와 최루탄까지 동원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특히 날치기를 ‘국익’으로 호도한 KBS는 김 의원 비난에도 앞장섰다. KBS는 김 의원이 터뜨린 최루탄이 “근거리용 사제 최루탄으로 추정된다”며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얻었냐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김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고 국회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는 한미FTA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적극 부각하는 방식으로 날치기 처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한미FTA로 인한 수출 증대효과, 일자리 창출, 미국산 농산물로 인한 물가안정 등을 긍정적 측면으로 적극 소개했다. 반면 한미FTA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농업과 제약업이 입을 타격을 전하는데 그쳤다. 이익균형이 깨진 ‘미국 퍼주기’ 협상, ISD를 비롯한 10여 가지의 독소조항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는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KBS는 “한미 FTA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치 외교적 효과도 크다”며 “한미 관계는 이제 FTA까지 발효되면 경제, 사회적으로까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에 앞장섰다.
 
 
“한미FTA 성패는 우리하기 나름”… 조선일보의 교활한 날치기 정당화
23일 조중동 지면 역시 날치기 폭거를 ‘물타기’하거나 정당화하는 보도들로 넘쳐났다.
이날 조중동의 1면 톱기사 제목은 이들이 날치기를 어떤 방식으로 호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미·EU와 FTA ‘첫 아시아 국가’ 되다>(조선), <한미 FTA 4년7개월 만에 통과>(중앙), <‘최루탄 테러’ 속에 통과된 한미FTA >(동아).
표현을 조금씩 다르지만 조중동 모두 한미FTA를 우리가 성취해야 할 ‘숙원사업’인 양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는 우리가 ‘아시아 최초’로 미국?EU와 FTA를 맺었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부추긴 것이고, 중앙일보는 ‘마침내 FTA를 해냈다’고 몰아간 것이다. 동아일보는 김 의원이 최루탄을 터트린 것을 ‘테러’로 규정하면서 난관을 뚫고 한미FTA가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조중동은 이 기사들 옆에 일제히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진을 실어 날치기 폭거를 최루탄으로 물타기하기도 했다.
 
사설은 한 술 더 뜬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제 FTA를 넘어 정치 선진화할 때다>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전격적으로 처리한 것은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우리는 본다”고 대놓고 날치기 폭거를 두둔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제목부터 <한미FTA 비준안 처리 불가피했다>로 뽑았다.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야당에 그 책임을 묻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좀 더 교활했다. 사설의 제목은 <한미FTA 성패는 이제부터 우리들 하기 나름이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기습적으로 비준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형식적인 지적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1면 톱기사의 연장선에서 세계 각국이 얼마나 FTA를 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는지를 강조한 뒤, “우리가 한 발 빨리 뛰어들었다 해서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날치기 폭거를 노골적으로 두둔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FTA 경쟁에 한 발 앞선 것’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한미FTA의 성패는 “정부, 기업,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하기에 달려있다”는 주장으로 한미FTA의 파괴적 내용을 덮었다. 한마디로 한미FTA가 우리사회에 도움이 못되거나 해악을 끼치는 것은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잘못 운용한 정부, 기업, 심지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한미FTA를 찬양하고 날치기 폭거를 정당화하는 조중동과 방송3사의 주장들을 일일이 반박하지 않겠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은 한미FTA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협상인지, 그것이 99% 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군사작전 펴듯 비준안을 날치기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조중동과 방송3사에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지금 조중동과 방송3사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조중동은 아무리 덩치를 키워도 사회적 영향력은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고, 종국에는 한국사회에서 존재감을 잃을 것이다. 이미 ‘정권의 눈치나 살피는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방송3사 또한 그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외면한 채 들러리 노릇을 한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특히 한미FTA가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 뿐 아니라 날치기 폭거를 조장한 조중동과 방송3사도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끝>
 
 
2011년 11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