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의 ‘민주당 도청의혹’ 진실 고백과 김인규 씨 퇴진을 촉구하는 논평(2011.7.11)
등록 2013.09.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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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진실’ 외에는 빠져나갈 길 없다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대응하는 KBS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8일 경찰은 KBS 장 아무개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해 노트북, 휴대전화, 녹음기 등을 압수했고, 이번 주 장 씨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그동안 진상 고백을 거부해왔던 KBS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8일 KBS는 보도본부 명의로 성명을 내 “경찰의 이번 조치(압수수색)는 언론기관 KBS에 대한 모독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또 이날 KBS 메인뉴스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하며 “법적 대응” 운운했다.
오늘(11일)은 ‘최근 논란에 대한 KBS 정치부 입장’이 나왔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내용 파악을 위해 “참석자들을 집중 취재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자의 당연한 의무”가 아니냐며 “이러한 노력들을 종합해서 회의 내용을 파악했으며 그 과정에 회의에 관련된 제3자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자유 수호와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3자의 신원과 역할에 대해 더 이상 밝히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 탄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이 압수한 장 아무개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도청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측은 6월말∼7월초 경 회식에서 장 씨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도청 의혹과 사실상 관련이 없는 물품을 압수한 셈이다.
 
지난달 24일 한선교 의원이 공개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내용은 참석자들의 발언이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기록돼 있었다. 당사자인 민주당도 녹취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건이 공개되자 도청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그동안 수신료 인상을 통과시키라며 야당 의원들을 겁박해왔던 KBS가 연루되었을 가능성과 정황이 제기됐다. 그러자 KBS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이른바 도청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만 내놓아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은 아니라도 다른 무언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는 KBS가 이번 사태의 경위를 명명백백 밝히고,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KBS는 이런 목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자 “언론탄압” 운운하며 ‘제3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밝힐 수 없다’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우리는 KBS가 도청 의혹에 대해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야당 겁박 등 그동안 저질러온 잘못의 책임을 지고 김인규 씨가 물러나는 것이 최선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도청이 명백한 범죄 행위이고 아무리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라지만 언론이 연루된 문제에 공권력이 먼저 나서는 모습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KBS가 끝까지 진실 규명을 거부한다면 경찰 수사를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KBS가 경찰 수사에 대해 아무리 ‘언론탄압’을 외쳐도 국민의 빈축만 초래할 것이다.
만약 경찰 수사를 통해 KBS가 도청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KBS가 받을 타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도청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을 경우에도 KBS는 의혹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더 큰 의혹에 시달릴 게 뻔하다. 특히 장 아무개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하필 도청 의혹이 제기된 직후 ‘분실됐다’는 점은 KBS가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을 낳을 것이다. KBS 정치부가 ‘밝힐 수 없는 제3자’를 내세운 것도 취재원 보호를 빙자한 은폐 시도라는 의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도청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한나라당 측에 넘겨준 것이 누구냐는 문제는 남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이든 아니면 ‘다른 식’이든 KBS가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빼내 한나라당에 넘겨주고 수신료 인상 압박 카드로 쓰게 했다면 도청 못지않은 심각한 일탈행위다.
사실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벌여온 행태만으로도 공영방송으로서 자격 없음을 드러냈다. 취재를 빙자해 야당 의원들을 겁박하고, 자사 보도를 수신료 인상 여론몰이에 악용하는 방송을 어떻게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자사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이리저리 정보를 빼돌리고 흘렸다면 KBS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 지금 KBS의 행태가 딱 그 꼴이다. 수신료 인상에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다가 도청 의혹까지 받았으면 그동안의 행태를 사죄하고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사죄와 자숙은커녕 정권 나팔수 노릇을 하다가 궁지에 몰리니 ‘언론자유’를 목청 높여 외치고,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8월 국회 수신료 인상’ 결의를 다지고 있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KBS와 김인규 씨는 자신들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반발하고 버티기로 맞서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으리라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수신료 인상 강행 추진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보라. 여권과 KBS가 무리수를 쓰면 쓸수록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되었고, 급기야 도청 의혹까지 불거졌다. KBS가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꼼수나 부린다면 반드시 더 참담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KBS와 김인규 씨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끝>
 
 

2011년 7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