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검열·통제를 규탄하는 논평(2011.7.8)
등록 2013.09.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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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 씨, MB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검열·통제 앞장선 정권 부역세력들, 반드시 책임 묻겠다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섰다.
  어제(7일)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손에 잡히는 경제)와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경제포커스)에 ‘권고’ 결정을 내렸다.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에 대해서는 이 보다 한 단계 높은 법정제재인 ‘주의’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공정성 위반’을 트집잡았다.
  MBC <손에 잡히는 경제>와 KBS <경제포커스>는 지난 5월 유성기업 파업을 다루면서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로부터 파업의 경위를 들었는데, 방통심의위는 이것이 ‘노조의 일방적 주장만 전한 것’, ‘일부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삼았다.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의 경우는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복직된 교사들을 출연시켰는데 방통심의위는 이 역시 ‘일방적 의견만 전달해 공정성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몰았다.
 
  ‘권고’든 ‘주의’든 방통심의위의 행태는 지상파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들의 비판 기능을 말살한 데 이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까지 무력화시키려는 검열·통제 행위다.
  방통심의위의 ‘공정성’ 기준을 따르자면 인터뷰 프로그램인 <박혜진이 만난 사람>은 사회 현안에 관련된 인물은 섭외하지 않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불러내 ‘토론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도 그 원인과 배경 등 ‘파업의 진실’은 말할 수 없고, 명백한 사측의 잘못도 ‘공정성’이란 미명 아래 노사 간 논란이나 공방으로밖에 다룰 수 없다. 이번에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제정임 교수의 발언은 “1년반 동안 이 회사의 아산공장 노조원 중 5명이 과로로 숨졌다”,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라도 사측의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 등이다. 이런 ‘사실’조차 말하지 못하게 한다면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계적인 균형’이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은 감시와 비판, 다양성 추구와 같은 공적 책무를 부여받는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이 같은 책무를 실현하려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 힘을 가진 집단을 감시·견제하고 이들의 횡포를 비판하는 일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벌인 극악한 방송장악과 언론통제로 인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특히 ‘MB특보사장’ 김인규가 장악한 KBS는 날이면 날마다 정권 홍보에 앞장서는 ‘나팔수’로 전락했다. 일련의 방송장악과정에서 방통심의위가 ‘청부심의’, ‘정치심의’로 이 정권에 적극 부역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이명박 정권은 공안검사 출신 박만을 방통심의위원장에 앉혔고, 친정부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방통심의위는 눈에 불을 켜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한마디 한마디까지 제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은 라디오에 나와 “연봉 7천 만원이 넘는 노동자가 불법파업을 한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찍소리’ 한번 하지 않는 방송, 그러면서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말조차 내보낼 수 없는 방송이 이 정권과 그 부역세력들이 꿈꾸는 방송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심의위를 향해 ‘정치심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우이독경에 가깝다. 그러나 박만 씨를 비롯한 정권의 방송장악 부역세력들은 똑똑히 알아두기 바란다. 국민들은 이 정권의 끝 모르는 방송통제 행각을 되새기고 있으며, 반드시 이를 심판하고 부역세력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권의 나팔수’들이 판치고, 대부분의 언론이 정권 비판에 무력한 상황에서도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돌이켜보라. 국민의 심판은 이미 시작되었건만, 정권만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방송장악에 열을 올리는 부역세력들이 참으로 한심하다.
  끝으로 방송 제작진들에게 당부한다.
지금 이 정권과 방통심의위는 제작진들을 향해 언론인으로서의 양식과 양심, 상식을 모두 버리고 지고 있는 권력에 ‘투항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방송현장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 위해 분투하는 제작진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권력의 마지막 발악에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맞서주기 바란다.
  이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끝>
 
 
 
2011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