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뉴스데스크의 '각목살인사건 보도'에 대한 논평(2011.5.16)- MB정권 방송장악에 길 잃은 MBC뉴스, 이대로 가면 큰일난다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3번째 꼭지로 주말 사건사고를 다루면서 각목으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내보냈다. 문제 장면은 일부만이 모자이크 처리돼 가해자가 각목을 휘두르는 모습과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튀어 오르는 모습 등 잔혹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화면만 문제가 아니었다. 기자는 “한 남성이 옆에 있는 다른 남성을 향해 각목을 내리치더니, 쓰러진 남자를 발로 걷어차기 시작한다”며 CCTV 영상에 담긴 살해 장면을 설명했다.
놀란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MBC는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통해 “사건사고 보도에서 일부 폭력 장면이 충분히 가려지지 않은 채 방송돼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MBC는 현재 해당 뉴스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해 12월 28일에는 한 시민이 빙판길에 미끄러진 버스와 가로등 사이에 끼어 즉사하는 장면이 담긴 교통사고 영상을 내보내 비난을 받았다. 또 앞서 3월 14일에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 현장을 보도하면서 진흙더미 밖으로 나온 사망자의 손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억지 설정과 폭력적인 장면으로 논란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2월 13일 뉴스데스크는 ‘초등학생들까지 폭력성 높은 게임에 노출돼 난폭해진다’는 보도를 하면서, 폭력적인 게임 영상과 청소년들이 게임을 모방해서 찍은 동영상,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면서 내뱉는 욕설 등을 내보냈다. 또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실험하겠다며 PC방의 전원을 갑자기 끄고는 아이들은 짜증을 내며 욕설 하는 상황을 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방송문화진흥회와 MBC를 장악한 친정부 인사들은 끊임없이 MBC 보도를 ‘좌편향’이라고 몰아붙이며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비판 기능이 무뎌진 MBC 보도는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가 사장으로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무기력해졌고, 의제설정 기능도 사실상 포기했다. 비판도, 의제설정도 하지 못하게 된 MBC 보도는 단순 전달, 연성 아이템, 사건사고 보도나 하면서 한편으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고 있는 꼴이다.
14~15일 단 이틀 치 보도만 봐도 이 같은 경향은 확인된다. 뉴요커들이 미국의 경제위기로 짠돌이가 됐다는 보도, 곤충을 먹는 라오스와 태국 사례를 소개하며 유엔이 곤충을 식량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는 보도, 미국 동부해안이 블루크랩 시즌을 맞았다는 보도, 한류스타들이 많이 사는 강남 삼성동, 청담동이 일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보도 등 연성 아이템이 넘쳤다.
지금 공영방송 MBC가 따지고 들어야 할 의제가 이런 것인가? 민생경제는 파탄 났고 정권의 파행적인 국책사업 추진으로 지역갈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연일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정권은 ‘속도전’을 밀어붙이고, 잇따른 선거 패배에도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최악의 남북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통령은 ‘외교 쇼’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이런 의제는 외면한 채 시청자의 눈을 잡으려하니 살인 장면까지 등장하는 것 아닌가?
김 씨의 행보를 보면 MBC를 이렇게 망가뜨리는 게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MBC 출신’이라는 김 씨에게 묻는다. 자사의 ‘간판’ 격인 <PD수첩>의 목을 조르고, 메인뉴스는 무기력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흘러가게 만들어 놓으니 좋은가? MBC의 시사‧보도 기능을 망쳐놓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 것인가? 거듭 경고하지만 김 씨를 비롯해 일신의 영달을 쫓아 권력에 빌붙어 MBC를 벼랑으로 내몬 인물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신력과 영향력을 얻으려면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시청자를 붙잡기 위한 얄팍하고 선정적인 보도는 추락한 MBC의 위상을 더욱 떨어뜨릴 뿐이다. 정권의 하수인 김재철 세력에 맞서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를 해 달라. 그것이 MBC가 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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