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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여권의 불법‧관권선거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에 대한 논평(2011.4.25)
등록 2013.09.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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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불법‧관권선거 물타기’, 해도 너무한다
- KBS, 특임장관실 선거개입 24일에야 언급
 
 

여권의 불법․관권선거를 다루는 방송3사의 보도 행태가 가히 ‘방조’ 수준이다.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불법․관권선거 사례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데도 방송3사, 특히 KBS는 축소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2일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는 강원지사 보선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지지를 홍보하는 불법 전화 선거운동 현장을 적발했다. 선관위는 강릉의 한 펜션에서 33명의 전화홍보원이 휴대폰을 이용해 엄 후보 선거운동을 벌이고 그 대가로 점심식사와 일당 5만원 등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엄 후보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선대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펜션에서 선거사무소나 후보자만 알 수 있는 유권자 명단, 입당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 신청서 등의 자료가 나왔다.  
김해을 보선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특임장관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수첩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수첩에는 김해을 유권자 접촉내용과 판세분석, 대응전략 등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국민참여당 천호선 대변인은 “특임장관실의 공무원이 김해에 내려와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특임장관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특임장관 측은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24일 ‘특임장관실 수첩’의 주인이 특임장관실 소속 신용갑 시민사회팀장으로 밝혀졌다. 이 특임장관은 앞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친이계 의원 30여명과 만나 ‘4.27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를 여는 등 노골적인 선거개입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방송3사 메인뉴스는 여권의 불법․관권선거를 선거운동 스케치 등과 함께 간단하게 다뤘으며, 보도의 방향도 ‘여야의 폭로전’, ‘상호 비방’으로 접근했다. 특히 KBS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관권선거 문제를 의혹제기 이틀 뒤인 24일에야 보도하는 등 가장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한편 방송사들은 여권의 불법․관권선거를 ‘서태지-이지아 소송사건’ 보다 소홀하게 다뤘다. 22일부터 24일까지 방송3사의 ‘서태지-이지아 소송사건’ 보도는 13건(KBS 4건, MBC 5건, SBS 4건)이었던 반면, 여권의 선거부정이 언급이라도 된 보도는 10건(KBS 4건, MBC 3건, SBS 3건)에 그쳤다. SBS는 23일 서태지-이지아 씨 소송사건, 입대한 탤런트 현빈 씨의 휴가 소식을 전한 뒤 재보선 불법․관건선거 소식은 19번째 꼭지로 다뤘다.
 
22일 KBS는 <불법의혹 쟁점부각>(김덕원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불법선거 운동 주장을 나열한 뒤 “여야간 불법 선거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3일 <주말유세 ‘총력전’>(박상민 기자)에서도 “강원도에서는 어제에 이어 불법 공방이 계속됐다”며 여야의 공방을 다뤘다. KBS는 이날까지 이재오 특임장관의 관권선거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24일에 가서야 KBS는 <마지막 휴일 총력 유세>(최영철 기자)를 통해 특임장관실 선거 개입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분당을과 김해을, 강원도지사 선거운동 현장을 단순 전달한 뒤, 보도 말미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특임장관실 수첩이 관권선거의 증거라며 특임장관 관계자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이에 대해 특임장관실은 선거와 관련해 특정 지역에 직원을 파견한 적이 없고, 수첩도 선물용으로 배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인 게 다였다.
 
MBC, SBS는 KBS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는 22일 <선거 막판 혼탁>(허유신 기자)에서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선거운동 현장 적발 소식과, 한나라당의 ‘최문순 후보 불법 문자메시지’ 주장을 나란히 보도했다. KBS와 차이가 있었다면 보도 말미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측이 이재오 특임장관실의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고 전하고 특임장관실 해명을 덧붙인 정도였다.
23일 <재보선 D-4 선거전 과열>(엄지인 기자)과 24일 <고발‥수사‥불법선거 난타전>(이필희 기자)에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을 나란히 전했다. 특임장관실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24일 보도에서 “국민참여당은 김해의 유권자 동향을 적어놓은 수첩의 주인이 특임장관실 팀장으로 확인됐다며 이재오 장관을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전한 뒤, “특임장관실은 일절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사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힐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SBS도 22일 <불법 선거 홍보원 적발>(정영태 기자), 23일 <막판 폭로전 가열>(박진호 기자), 24일 <막판까지 과열․혼탁>(이승재 기자) 등을 통해 여야의 ‘불법선거 공방’, ‘폭로전’을 나란히 다뤘다. 특임장관실의 선거개입 의혹은 22일과 24일 다뤘다. 22일에는 ‘국민참여당이 특임장관 측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이 장관 측이 부인했다’는 내용을, 24일에는 “김해에서 선거 상황을 적은 특임 장관실 직원의 수첩이 발견되면서 관권선거 논란이 확산 됐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을 전하는 데 그쳤다.
 
‘바람직한 선거보도’가 무엇인지 방송사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보도,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보도가 선거보도의 ‘기본’이다. 불법선거운동은 적극 비판해야 마땅하며, ‘다 똑같다’는 정치적 냉소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객관적 근거로 시비를 가리는 보도가 공정한 보도다. 강원도에서 벌어진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선거운동은 선관위가 현장을 적발한 사건이고, 김해을 선거에 특임장관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수첩’에 남긴 명백한 근거가 있는 사건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정권차원의 개입 의혹인 만큼 철저하게 따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런 심각한 여권의 불법‧관권선거를 애써 축소하면서, 여당이 ‘맞불놓기’ 차원에서 제기한 야당의 ‘허위 문자메시지’ 공세 등과 같은 수준으로 뒤섞어 ‘불법혼탁’, ‘폭로공방’으로만 다루고 있다.
특임장관실 신용갑 씨가 수첩에 남긴 선거개입의 정황들을 보면,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넘어 여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여론조작’까지 서슴지 않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것을 단지 여야 공방으로만 다룬다는 것은 명백한 편파보도이며 노골적인 관권선거를 ‘정치공방’으로 몰아 방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특히 23일까지 이 사건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KBS의 행태는 왜 국민들이 KBS를 ‘정권나팔수’라고 부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방송의 선거보도는 부족하지만 개선돼 왔다. 정책보도가 부실하고 소수정당에 대한 보도가 부족한 점 등 개선 과제는 남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편파보도 행태는 보이지 않았다.
현장의 젊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권의 불법관권선거 행태가 공방으로 다루고 넘어갈 일인가? 국민과 선배 언론인들이 싸워서 이룬 언론민주화의 성과를 2-3년 사이에 하나하나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뜨려도 좋은 것인가?
4.27 선거가 단 하루 남았다. 방송3사가 지금이라도 여권의 불법관권선거를 제대로 비판보도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여야 공방으로 ‘물타기’하면서 방조할 것인지 지켜보겠다.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끝>
 
 

2011년 4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