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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기획 KBS10> 내레이터 교체 논란에 대한 논평(2011.2.8)
등록 2013.09.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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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윤도현의 목소리’까지 막는 이유가 뭔가? 
 
 
 
 
KBS가 또 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가수 윤도현 씨의 ‘목소리 출연’을 막은 사실이 드러났다. 
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성명을 내고, 8일 방송 예정인 <시사기획 KBS10> ‘국가위원회’편의 내레이션을 가수 윤도현 씨가 맡기로 했으나, 사측의 제작 책임자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새 노조에 따르면 <시사기획 KBS10> 제작진은 ‘인권위원회 홍보 대사’인 윤 씨가 내레이션을 맡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나 시청자에 대한 효과 면에서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섭외했다고 한다. 그런데 ‘종편’(종합편집)과 ‘더빙’ 작업만 남은 시점에서 뒤늦게 간부들이 부랴부랴 반대를 하고 나섰다고 한다. 제작진이 수차례 윤 씨를 내레이터로 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사측은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새 노조는 “결국 윤 씨에 대한 거부는 윤 씨가 평소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이른바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이른바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관’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KBS 측은 ‘시사제작국 탐사제작부장’ 명의로 반박 자료를 내놨다. 사측은 윤 씨가 ‘보도본부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로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나아가 “KBS에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없다”면서 오히려 “노조의 성명은 제작 과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사측의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들을 것인가? 도대체 검증된 내레이터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윤 씨는 그동안 KBS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직접 진행을 맡은 베테랑 진행자이고, 방송 3사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경력이 있다. 그런 그를 섭외까지 끝난 상황에서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교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청부사장’ 이병순, ‘MB특보 사장’ 김인규 체제 아래 KBS가 이명박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을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킨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김제동 씨, 김미화 씨, 정관용 씨, 박인규 씨 등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윤도현 씨도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 KBS가 퇴출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또 다시 그의 내레이션을 문제 삼았으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주장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KBS의 블랙리스트 논란은 구체적인 ‘문건’의 존재 여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사측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 KBS 내부에서 ‘출연시키기 껄끄러운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KBS가 특정인의 출연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놓고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나아가 새 노조의 성명을 두고 ‘부당한 개입’ 운운한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공영방송 노조가 제작의 독립성 보장을 감시하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책무다. 간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내레이터를 바꾼 상황에서 비판 성명 한 줄 낼 수 없는 노조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새 노조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비난과 공격을 중단하고,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라.
 
입만 열만 ‘MB 찬양’ ‘정권 홍보’에, 걸핏하면 블랙리스트 논란이나 불러일으키고, 그러면서도 수신료를 올려 달라 떼쓰는 게 시민들의 눈에 비친 ‘공영방송’ KBS의 모습이다.
‘MB특보 사장’ 김인규 씨를 비롯해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공영방송을 망친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사회가 방송계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할 블랙리스트가 될 것임을 명심하라.  <끝>
 

2011년 2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