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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디어오늘> 등 언론사에 대한 제재 조치 관련 논평(2011.1.25)
등록 2013.09.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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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탄압으로 시작해, 언론탄압으로 끝을 맞겠다는 정권
 
 

오늘(25일) 청와대가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과 관련한 국방부의 엠바고를 깼다며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의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했다. <부산일보>에 대해서는 기사를 삭제한 점을 감안해 ‘출입정지 1개월’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 17일 국방부는 ‘피랍 선원의 안전’을 이유로 출입기자단에 작전 종료 때까지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런데 국방부 출입 언론사가 아닌 <부산일보>가 20일 1차 작전 실패 소식을 보도하고, <미디어오늘>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엠바고가 깨졌다. 21일에는 <아시아투데이>가 국방부의 구출작전 재개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세 언론사들에게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고, 21일에는 38개 모든 정부 부처에 공문을 보내 해당 언론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오늘 청와대는 유례를 찾기 힘든 제재 조치에 앞장섰다. 정부 부처들을 향해 ‘조속히 세 언론사를 징계하라’는 강력한 지시를 내린 셈이다.
 
세 언론사들의 보도가 적절했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정부의 대응은 이만저만 ‘오버’가 아니다. 엠바고의 수용 여부는 최종적으로 언론사가 판단하는 것일 뿐 아니라 <부산일보>, <미디어오늘>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엠바고를 깼다는 이유로 정부가 언론사를 ‘징계’한다는 것은 상식과 관례에 어긋나는 언론탄압이다. 엠바고는 출입처와 기자들의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이를 어길 경우에도 해당 출입기자단 차원에서 제재가 결정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앞장서 언론사를 ‘징계’하고 있으며, 그 범위도 엠바고가 깨진 국방부를 넘어 그야말로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하면서 청와대가 그 ‘선봉’에 섰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청와대가 요청한 엠바고도 아닌 사안에 대해 징계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출입기자단의 의견도 무시했다고 한다.
상식을 벗어난 정부의 과잉 대응은 이 정권의 언론관이 얼마나 비뚤어졌는지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3년간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여기고, 비판적인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탄압했다. 또 납득할 수 없는 엠바고를 요구하며 언론 보도를 ‘관리’하려 들었다.
이제 한 부처의 엠바고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 부처가 특정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모든 언론이 ‘입 속의 혀’처럼 정부에 협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 정권이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언론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언론통제, 언론탄압을 스스로 중단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언론들에 촉구한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언론탄압을 제대로 보도하고 비판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 정권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을 비롯한 일부 ‘친MB언론’을 제외하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통제, 언론탄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있는가? <끝>
 
 
 
2011년 1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