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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전쟁 부추기기’ 보도 행태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0.12.3)
등록 2013.09.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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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정권의 나팔수’ KBS, 전쟁 부추기는 보도를 중단하라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시작된 최악의 남북한 무력 충돌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NLL를 둘러싼 남북 간의 갈등으로 서해에서 몇 차례 교전이 일어났지만 민간인이 사망하고 주민들이 피난까지 하게 된 경우는 남북분단 이후 처음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교전규칙 강화,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 해병부대 포격훈련 재개 등 초강경 대응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은 보복 공격을 공언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남북 간에 또 다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확전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더 이상 고조되어서는 안되며 남북 간 긴장을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냉정한 사태 해결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사실상 ‘전쟁불사’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는 ‘희생’을 요구하는가 하면 정부를 향해서는 강경대응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을 무비판적으로 전하며 전쟁 분위기를 부추기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특히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는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며 조중동과 다를 바 없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KBS는 ‘교전수칙을 넘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싣고, 미군 핵항모까지 동원된 한미 연합훈련을 중계라도 하듯 ‘흥미진진’하게 보도하는가하면, 연평도 및 서해 5도에 첨단무기를 배치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무비판적으로 전하는 데에서 나아가 증강된 전력을 띄우기에 급급했다. 또 첨단 무기의 위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서해 5도는 방어 전략 거점에서 북한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덧붙이는 등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그야말로 ‘남의 나라’ 얘기하듯 다뤘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데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KBS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김정은의 업적 쌓기용’이라거나 ‘처음부터 민간인을 겨냥했다’는 등 추측성 보도로 국민들로 하여금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심리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2일에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다음 공격은 구체적으로 경기도가 될 것”, “단순 포격이 아닌, 생화학 공격 가능성”이라는 일본 언론의 기사를 두 번째 꼭지로 전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KBS에서는 남북이 이렇게 군사적 대결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른 방송사들은 하다못해 NLL을 둘러싼 남북 간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서해가 왜 ‘화약고’로 불리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거나,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계속됐을 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연평도에 첨단무기가 집중 배치되는 것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등의 보도를 한 두 꼭지라도 내놓았다. 그러나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보도 외의 다른 보도를 KBS에서는 찾기 어렵다.
 
 
지금 KBS의 행태는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작금의 군사적 대결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등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도 없는 ‘무뇌 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 군사적 강경 대응은 또 다른 도발을 초래할 뿐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남북은 군사적 충돌 시 ‘공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대북 강경 기조를 고수하며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다가 정작 강경 대응을 해야 할 때 쓸 수 있는 카드를 남겨두지 않았다. 그 결과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초강경 대응으로 나아가는 상황을 맞았다.
이제라도 남북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결을 접고 사태를 냉정하게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목소리들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KBS가 ‘공영방송’의 간판을 달고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면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국민적 비극이다. KBS는 전쟁을 부추기는 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적어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최소한의 역할을 해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끝>
 
 

2010년 12월 3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한국진보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