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채소 값 폭등 및 대통령 ‘양배추 김치’ 발언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10.10.2)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오히려 “양배추값이나 배추값이나 별 차이 없다”,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방송사들은 이 대통령의 ‘양배추 김치’ 논란을 보도하지 않았다. 배추 값 폭등 현상에 대해서는 주로 ‘이상 기후’와 ‘유통 과정의 문제’ 등을 원인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SBS <8시뉴스> 신동욱 앵커는 클로징멘트를 통해 “요즘 김치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이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물가를 잘 모르고 엉뚱한 말을 했다는 건데, 설혹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렇게까지 해석하고 논란으로 볼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대놓고 두둔한 이 발언은 네티즌들의 더 큰 분노를 초래했다.
10월 1일에도 방송사들은 배추 값 폭등에 따른 상황을 전하고,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기로 한 정부의 대책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MBC가 <중국배추 수입>(이정은 기자)을 통해 정부 대책이 “여러 번 반복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그동안에도 폭등하면 외국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가격을 하락시키고 또 폭락하면 수수방관하는 이런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싣는 정도였다.
채소 값 폭등의 원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채소 값이 폭등한 한 이유가 4대강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정부는 ‘이상 기후’ 등을 원인으로 돌리며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채소 값이 이렇게까지 폭등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 실제 4대강 공사로 하천주변 농지가 사라지면서 경남도내 채소밭이 911ha나 줄었다는 점, 이미 일부 전문가들이 농지 축소로 인한 채소 값 폭등을 예견했다는 점 등은 채소 값 폭등과 4대강 사업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언론이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해 정확한 원인을 따져 볼 책임이 있지만 방송사들은 모두 외면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대통령의 ‘양배추 김치’ 발언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친서민’ 정책을 들고 나온 이후 ‘서민 이미지’ 만들기에 골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해 물건을 사주고,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걸어주는 등의 이른바 ‘서민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정책에서는 재벌, 건설족, 부동산 부자를 챙기면서 말로만 서민을 내세우는 ‘정치쇼’라는 것이다.
이번 ‘양배추 김치’ 논란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서민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양배추 김치’ 역시 ‘보여주기식 친서민’ 기조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물가 대책 등 알맹이는 채우지 못한 채 ‘친서민’을 부각하려다 보니 물가 폭등의 현실과 국민 정서를 고려치 않은 ‘양배추 김치’가 나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떤 방송도 ‘양배추 김치’ 논란을 이명박 정부의 ‘보여주기식 친서민’ 기조라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따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 앵커가 답답한 국민들이 쏟아내는 비판 목소리를 나무라며 대통령을 두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의 ‘양배추 발언’을 선의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최고 권력자의 정치행위를 무비판적으로 감싸는 것은 직무유기다.
우리 방송 보도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지 참담하다.
방송3사 보도국 구성원들은 만약 지난 정권 아래 ‘배추 한 포기 1만 5천원’ 사태가 벌어지고 대통령이 ‘양배추 김치’를 말했다면 어떤 보도를 내보냈을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명박 정권 앞에 방송3사의 보도가 날이 갈수록 한심하고 부끄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