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통위의 ‘조중동 종편’ 추진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논평
등록 2013.09.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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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 추진 강행을 당장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기어이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오늘(2일)과 3일에는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까지 열겠다고 나섰다.
우리는 ‘조중동 종편’이 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지, 지금 방통위가 다뤄야 할 종편 관련 논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며, 방통위가 ‘조중동 종편’ 밀어붙이기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조중동 종편’은 민주주의의 재앙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언론악법을 밀어붙인 목적이 조중동에게 종편을 나눠주려는 데 있음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17일 방통위가 발표한 종편‧보도전문채널 기본계획도 이를 뒷받침했다. 방통위는 종편의 자본금 규모 3천억 안을 내놓아 사실상 거대 족벌신문사들에게만 종편 진출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종편->보도전문채널로 순차적 승인 가능성을 열어 조중동 모두에게 종편을 주지 못할 경우 보도전문채널이라도 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불법경품으로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에게 종편 또는 보도전문채널까지 주겠다는 것은 그 산업적 전망을 따지기에 앞서 여론 다양성을 짓밟는 행위이며, 방송을 정권 획득에 따른 전리품으로 여기고 정권과 코드가 맞는 수구세력에게 나눠주겠다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방통위는 종편에 대한 특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000년 만들어진 방송법의 종편 관련 규정은 종편에 대해 지상파 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종편이 등장할 가능성이 낮은 당시 상황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이런 비대칭적인 규제를 바로잡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날치기 언론악법을 통해 조중동과 대기업이 종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올해 초에는 종편에 대한 특혜를 보장하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종편은 사업자 선정 절차에서부터 편성, 광고, 전송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특혜를 누리게 된다. 사실상의 전국방송의 지위를 누리면서도 국내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은 지상파보다 낮고, 지역 프로그램 편성 등 ‘지역성 구현’ 의무가 없으며, 중간광고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품목 등에서도 지상파보다 규제를 덜 받는다. 게다가 이런 종편을 케이블 SO들은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이자 공영방송인 MBC도 누리지 못한 ‘의무편성채널’의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유료방송서비스인 종편에 대해 이런 특혜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지금 방통위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종편에 대한 정상적인 공적 규제의 틀을 논의하는 것이다.
 
게다가 방통위의 ‘조중동 종편’ 밀어붙이기는 위법이며 졸속이다.
야당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에 대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고, 오는 10월경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승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않은 법을 근거로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헌재를 향해 ‘우리는 사업자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니 막을 생각 말라’는 시위를 벌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유도해보겠다는 꼼수다.
게다가 오늘부터 열리는 공청회의 패널 구성을 보면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첫째 날은 종편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들만 불렀고, 둘째 날도 종편 강행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종편 추진에 긍정적인 목소리만 듣고자 한다면 무엇 하러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공청회를 여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기야 방통위가 내놓은 허술하고 모순되며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종편‧보도채널 기본계획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공청회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방통위는 ‘조중동 종편’ 추진 강행을 당장 중단하라.
우리는 종편 추진 자체가 부당한 상황에서 방통위의 기본 계획을 놓고 구구하게 따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 방통위 기본계획의 핵심은 ‘조중동 종편’ 밀어붙이기에 있다.
굳이 몇 마디 덧붙이자면, 방통위의 졸속 안으로는 ‘미디어 환경 변화 적극 대응’,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방송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따위의 허울에 불과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리 방송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벌어질 제살 깎아먹기 식의 자멸적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광고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방송 산업의 특성상 복수의 종편을 승인할 경우 산업적 성공은커녕 그나마 힘겹게 이룩한 방송산업의 경쟁력마저 크게 훼손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 조중동에게 방송을 나눠주자고 전체 방송산업을 망가뜨리는 꼴이다.
만약 조중동 가운데 한 곳에 종편을 주고, ‘순차적 승인’ 방식으로 나머지 탈락자에게 보도전문채널을 준다면 이는 방송업계에 또 다른 논란과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정략적 목적으로 밀어붙이는 ‘조중동 종편’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방송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
 
방통위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방송산업 전반을 망가뜨리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공청회를 비롯한 ‘조중동 종편’ 추진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
방통위가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단체들, 언론학자들의 경고와 우려를 무시하고 끝내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인다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재앙에 대해 국민들은 최시중 씨를 비롯한 방통위원 한명 한명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끝>
 
 
2010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