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추적60분 ‘조현오 막말’ 특종 방송 무산에 대한 논평(2010.8.17)<추적60분> 제작진은 지난 6월 말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조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해 지난 8일 조 후보자 내정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했다. 취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방송을 18일에 내보내기로 결정한 뒤, 13일 이를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이 국장은 “만약 방송한다면 실제 차명계좌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방송하기 부적합하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또 이 국장은 천안함 유족들을 ‘동물’에 비유한 조 후보자의 막말도 “조 내정자의 문제제기가 공영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비춰 일면 타당한 부분도 있다”고 두둔하며 ‘아이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추적60분>의 18일 ‘조현오 막말’ 방송은 무산됐다.
이 국장은 이 아이템을 보도국 사회부로 넘겨 13일 KBS <뉴스9>을 통해 ‘조현오 막말’이 보도됐으나 첫 보도에서 ‘천안함 유족 막말’이 보도되지 않는 등 축소되어 다뤄졌다.
이에 대해 KBS 시사제작국은 “조 내정자 ‘발언의 적절성’만으로 방송을 하는 것은 ‘추적60분’의 통상적 취재나 제작방식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이니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있었나 없었나’로 심층취재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제작진의 자율성 침해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시사제작국의 이 같은 발언은 궤변에 불과하다. ‘조 내정자 발언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 왜 이례적이란 말인가? KBS 보도를 통해 드러난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이나 천안함 유가족들을 ‘동물’에 비유한 것 등은 조 후보자 망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조 후보자는 ‘물포를 맞고 죽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테이저건 사용’ 등 강경진압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의 특강을 뜯어볼수록 조 후보자가 경찰청장의 중임을 맡기에 부적절한 인사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국장이 <추적60분>의 막말 동영상 방송을 저지한 것은 조 후보자의 막말파문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를 심층 취재하라’는 주문도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켜 조 후보자의 막말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제작진이 취재를 통해 ‘차명계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고했음에도 이 국장은 “차명계좌가 있다는 얘기도 소문으로 들었다”면서 관련 취재를 거듭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파문의 당사자인 이화섭 국장은 지난 5월 <뉴스9> 큐시트에 올라있던 박재완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 리포트를 삭제해 물의를 일으켰던 담당자다. 그나마 이번 사건은 제작진의 폭로를 통해 그 실상이 알려졌지만 KBS 내부에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지난 6월 <추적60분> 등을 보도국으로 이관해 시사프로그램들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번 일을 통해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특보사장’ 아래 비판 기능이 위축된 KBS의 실상은 여론조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달 22~30일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문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언론매체의 신뢰도, 열독률, 영향력을 조사했는데,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서 MBC가 1위, 한겨레신문이 2위, KBS가 3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신뢰도’는 정연주 사장 축출 이후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 2009년 신뢰도 조사에서도 1위 MBC(31.3%), 2위 한겨레신문(30.3%)에 밀린 3위 KBS(25.5%)를 기록했다. 특히 KBS는 올해 ‘신뢰도’에서 20.6%를 기록해 2009년에 비해 4.9%포인트나 하락해 10대 언론매체 중 가장 큰 신뢰도 추락을 기록했다.
KBS는 수신료를 올려달라며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기 전에 스스로의 모습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관제방송’, ‘권력홍보 방송’, ‘MB나팔수 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올려줄 국민은 없다. ‘수신료 현실화’ 운운하기 전에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