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관련 합의에 대한 논평(2010.7.29)
등록 2013.09.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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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는 국민을 헷갈리게 하지 말라
 

도대체 KBS이사회는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지난 28일 KBS 정기이사회에서 여야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4가지 합의사항을 의결했다.
합의 내용은 △수신료 인상안이 2010년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시한을 고려해 심의 의결한다 △수신료 인상 방안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양측은 KBS 사측이 제시한 1안 ‘6500원(광고 전면 폐지)’, 2안 ‘4600원(광고 20% 유지)’을 포함하며 수신료 인상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다 △수신료 인상방안에 대한 논의와 의결은 양측이 합의하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기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 방안을 여야 이사들의 합의로 처리하겠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다. 여야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에 이미 합의해 놓고 각자의 체면치레를 위해 ‘합의처리’,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 운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28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여당 측 대변인인 황근 이사는 “여야 함께 논의를 하겠다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진척된 것”이라며 연내처리에 기대감을 나타냈고, 야당 측 고영신 이사는 “인상을 논의한다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최소 자금 충당선인 1000원대 인상에서 시청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상폭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야당 추천 이사도 수신료 인상 자체에 동의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이 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KBS이사회는 ‘합의 처리’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 후, 결국 일정한 수준에서 수신료 인상 폭을 타협해 정기국회에 넘기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KBS 이사들에게 엄중하게 묻는다. 이번 합의가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는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하는 데 따른 비난을 피하고, 야당 추천 이사들에게는 수신료 인상 강행을 이사직을 걸고서라도 막아달라는 시민사회로부터의 부담을 덜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타협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2010년 정기국회 처리’라는 시한을 정해두고 ‘인상방안을 충분히 논의한다’는 모순된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하반기 정기국회가 9∼12월이고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기간 최대 60일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간은 한 달 남짓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수신료 인상을 어떻게 충분하게 논의한다는 말인가? KBS이사회가 4개 도시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도 요식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KBS는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공영방송의 시스템이 붕괴되고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 ‘나팔수 방송’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손을 벌린단 말인가?
수신료 인상 논의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상화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KBS 이사회는 KBS가 ‘MB방송’에서 벗어나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부터 모색해야 마땅하다.
 
특히 야당 추천 이사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 해 언론악법 처리 과정의 악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100일 논의 후 협의 처리’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언론법 논의 기구 구성에 합의했고, 이는 결국 ‘조중동 방송’을 만들려는 정부 여당의 언론악법 날치기로 이어졌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조중동 방송’을 허가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상황에서 또 다시 ‘조중동 방송’ 재원 확보를 위한 수신료 인상, KBS의 정상화 없는 수신료 인상에 합의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정권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들러리 노릇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끝>
 

2010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