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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단식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10.7.23)
등록 2013.09.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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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타임오프제 보도’, 해도 너무한다
 
 
7월 1일부터 타임오프제가 실시되면서 노동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타임오프 실시 직후 사측이 200여명의 노조상근자들에게 무급휴직 발령을 내고, 지원해 오던 노조 사무실 등을 회수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타임오프 문제로 지난 15일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조합원 교육마저 타임오프를 내세워 무급방침을 밝히는 등 갈등과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노사가 이면합의 등을 통해 갈등을 피한다고 한다. 노사 자율에 맡길 문제를 법으로 묶어 놓으니 ‘편법’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근로시간면제, 타임오프 제도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12일 집회신고를 내고 진행된 김 위원장의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타임오프제에 따른 후유증과 문제점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7월 1일 이후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타임오프제와 관련한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김영훈 위원장의 단식 농성 역시 11일 동안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간 12일, 방송3사는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소식(KBS 7건, MBC 4건, SBS 7건)을 주요하게 전하며 월드컵 경기의 승리 국가를 맞춰 유명해 진 ‘점쟁이 문어’까지 개별 꼭지로 보도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타임오프제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점쟁이 문어’보다 홀대받은 셈이다.
 
타임오프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타임오프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노동현장에서 이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을 다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3사의 타임오프제 보도는 양적으로도 극히 적었을 뿐 아니라 그조차 타임오프제의 본질적 내용을 알기 어려운 단순보도가 대부분이었다. KBS와 SBS의 일부 보도들은 노동계에 불리한 편파보도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KBS는 5월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타임오프제의 의결 시간이 법정시한을 넘긴 점, 사업장의 특성(전국 분포 사업장, 교대제 등 근무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조합원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삼은 점 등이 문제가 됐으나 이런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5월 12일에는 ‘이슈&뉴스’에서 타임오프제를 다뤘는데, 이 제도가 노사자율에 맡길 문제를 법으로 제정하려고 함에 따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언급하지 않아 ‘심층취재’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보도는 당시 정부가 한국노총에 제시한 ‘수정안’을 두고 “노조 전임자를 대폭 줄이자는 개정 노동법과 타임오프의 취지를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타임오프제 실시를 전후로 한 6월 30일과 7월 1일 보도는 노동현장의 노사대립 상황을 전했는데, 타임오프에 합의한 사업장 소식은 전하면서도 타임오프 강행을 비판하는 야5당과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은 전하지 않았다.
 
SBS는 6월 29일 타임오프제 실시를 앞두고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노조와 이면합의 한 경우를 ‘타임오프 위반’ 사례로 보도했다. 이어 7월 1일 타임오프 시행 첫날에는 타임오프를 ‘준수’하는 사업장 소식을 주요하게 전하기도 했다.
 
그나마 MBC는 6월 30일 노동현장의 혼란 상황을 전하며 ‘노사자율에 맡길 것’을 요구하는 야5당과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7월1일 보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노사합의가 힘든 조건으로 내몰린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인터뷰를 전했다.
타임오프제에 대해 이 정도의 지적을 담은 보도조차 드물다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
 
그동안 대부분의 우리 언론들이 노동 현안을 다루는 방식은 갈등이 폭발하기 전까지 무관심하다가 뒤늦게 노동자들의 ‘과격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것이었다.
언론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으니 재계‧사측과의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일방적인 희생을 받아들이거나 더 강경한 저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만약 언론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하고, 재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사회는 노동 현안을 좀 더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3사의 노동관련 보도는 의제설정 측면에서나 공정성 면에서 오히려 후퇴했고, 타임오프제 관련 보도 역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방송3사에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타임오프제의 문제와 이를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보도하라.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기본 역할이 아닌가? 노동자들을 더 이상 궁지로 모는 것은 노사 갈등을 키우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결국 우리사회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뿐이다. <끝>
 
 
2010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