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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아전인수식 ‘수신료 인상’ 보도에 대한 논평(2010.7.15)
등록 2013.09.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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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럴수록 ‘수신료 인상’ 반발만 커진다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KBS의 행태가 참으로 뻔뻔스럽다.
13일 KBS는 메인뉴스에서 <“고품질 위한 선택”>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날 열린 한 토론회에서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보도는 “유료채널은 많아도 정작 볼 게 없단 얘기, 많이들 하지요? 고품질의 프로를 제작하려면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런 분석이 나왔다”는 앵커멘트로 시작됐다.
이어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상파 디지털 전환 시점을 활용해야 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며 “수신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거론한 뒤, “세계 경제 10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잘 된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공영방송이 필요하다. 가치 충분하다”는 한림대 강명현 교수의 토론회 발언을 전했다.
또 “사회 분열과 여론의 왜곡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소통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공영방송의 유지비용은 필수비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토론회에서 참석자 대부분은 KBS가 경영 합리화 등 자구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등 수신료 인상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KBS가 이처럼 부각하고 나선 토론회는 ‘여의도클럽’이 주최한 것으로, 이 단체의 회장은 바로 KBS 조대현 부사장이다. 가히 한 편의 코미디다.
그동안 KBS는 수신료 인상에 비판적인 내용의 토론회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들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비판 목소리조차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자사 부사장이 회장인 단체의 토론회에서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메인뉴스에서 크게 키우며 강조했다.
야당, 시민단체, 학계에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는 주장만 보도하는 KBS의 행태는 ‘여론왜곡’을 넘어 ‘여론조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손을 벌리는 그 순간에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 보도 외에도 최근 KBS는 걸핏하면 프로그램을 자사의 사유물인 양 악용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방송인 김미화 씨가 자신의 트위터로 ‘KBS 블랙리스트’ 문제를 제기하자 KBS는 당일 메인뉴스에서 김 씨를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4일에는 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를 방송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방송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 KBS 새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왜곡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KBS의 이런 치졸한 행태는 ‘도저히 수신료를 올려주면 안 되겠다’는 여론만 확산시킬 뿐이다. 국민들은 뉴스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강변하는 방송,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노조를 음해하는 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올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끝>
 
 
2010년 7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