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조중동의 ‘참여연대 마녀사냥 보도행태’에 대한 논평(2010.6.18)‘참여연대 마녀사냥’이 국제적 망신이다
참여연대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은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명예훼손,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연일 참여연대 앞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벌이고 있다. 17일에는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이적단체 참여연대를 박살내자’고 외치며 시너가 가득 담긴 소주병과 LP가스통을 매단 승합차량으로 참여연대 건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중동의 참여연대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15일부터 “이적행위” 운운하며 참여연대에 색깔공세를 폈던 조중동은 18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연대를 비난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유엔 외교관들 “상식 밖… 한국 왜 이러나”> <80년대 학생운동 출신들이 장악… 이념에 치우치며 촛불시위 등 주도>(조선), <참여연대, 국민 등에 칼 꽂아”> <운동권 출신 많아 ··· ‘좌편향’ 평가> <참여연대의 유엔 서한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중앙), <외교가 “北도 아닌 한국단체가 왜 이러나”> <참여연대는 北의 ‘천안함 선동’ 협력자인가>(동아) 등등 조중동의 관련 기사들은 제목만 봐도 그 의도가 드러난다. 참여연대가 정부의 ‘대북 제재’를 방해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 듯 몰아간 것이다.
나아가 조중동은 극우단체의 폭력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면서 천안함 유족이 참여연대에 항의의 뜻을 밝혀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에 대한 비이성적 탄압을 비판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까지 색깔론으로 매도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 <좌파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드러내는 본색>에서 “친북좌파 이념에 기초한 정치투쟁 단체들이 시민운동을 휘젓고 있다”, “4대강 사업반대나 천안함 사건조작설을 퍼뜨리는 일에서도 찰떡 연대를 과시한다”는 등 시민사회단체들을 매도하고 폄훼했다.
17일에도 동아일보는 <윤청자 할머니와 정세균 대표>라는 사설을 싣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시민단체가 어떤 사안에 비판적 활동을 하는 것은 본래의 영역으로 정부가 국가 정체성 문제로 모는 건 비약’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정세균 대표는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북한 편을 드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민주당, ‘이적(利敵) 서신’ 옹호하려는가>라는 사설을 통해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된 이후에도 이를 우리 내부분열에 악용하려는 종북세력의 활동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종북”의 낙인을 찍었다. 나아가 “집권 경험까지 있는 야당이라면 일부 시민단체들이 철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정도”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18일 <민주, 참여연대 편들기>, <이회창 대표 복귀 “민주당 참여연대 비호 개탄”>, <참여연대 규탄 기자회견 잇따라> 등의 기사를 싣고 민주당을 비난하는 한편 ‘참여연대 규탄 목소리’를 부각했다.
유엔 안보리가 NGO의 서한에 좌우되는 기구인가? 더욱이 다뤄야할 의제가 동북아에 무력충돌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대북 제재’다.
참여연대의 서한은 그저 ‘한국 시민사회에 이런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참여연대 서한의 의미를 키워주는 꼴이다.
실제로 경향신문 16일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내에서조차 “(서한이 미치는 영향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 “사실 참여연대를 더 거론하는 게 안보리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목표로 했던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다. 중국,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마저 일찌감치 ‘안보리 추가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며 한 걸음 물러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에서 ‘의장성명’으로 목표를 낮췄으나, 그나마도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불투명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참여연대 서한과 아무 상관없이 이미 정부의 ‘안보리 대북 제재’는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국무총리까지 나서 ‘일개’ 시민단체를 공격하고, 검찰은 국보법 위반 협의를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수구족벌신문들은 물을 만난 듯 ‘이적행위’,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다. 이런 과잉 반응이 오히려 ‘정부의 천안함 외교 실패를 참여연대에 떠넘기려는 국내용 정치 쇼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난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네엠네스티는 “(한국정부의) 안보 우려가 개인이나 단체들의 인권 행사, 특히 평화적으로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부인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며 검찰의 참여연대 수사를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금 한국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는 집단이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이라도 참여연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노력에 나서라. 그것이 시민단체 서한 한통에 ‘국제적 호들갑’을 떨어 구겨진 체면을 그나마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조중동에게도 촉구한다. 누구보다 앞장서 대북 강경 대응을 부추겼던 조중동의 입장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인 걸 어쩔 것인가? 더 이상 애꿎은 참여연대를 상대로 분풀이할 생각하지 말고 국제정치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보라.
아울러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색깔공세’도 그만 좀 하라. 색깔공세가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는가? <끝>
2010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