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보도제작국장의 박재완 수석 논문 ‘이중게재’ 의혹 관련 뉴스 삭제에 대한 논평(2010.5.6)지난 4일 KBS <뉴스9>에서는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교수출신 공직자들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 다뤄질 예정이었고, 이 가운데는 청와대 박재완 정책기획수석의 사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이 뉴스 시작 직후인 9시 1분 직권으로 리포트 삭제를 지시해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KBS지부에 따르면 이 국장은 여러 차례 담당기자에게 뉴스 리포트에서 ‘박 수석의 논문이 너무 오래됐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내용을 빼라는 압력을 넣었으나 기자들이 거부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시 뉴스 리포트는 2분 정도의 짧은 요약 리포트로 프로그램의 형식상 검증대상이 된 논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반론권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안의 경중과 가이드라인을 배제하면 보도내용은 공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그동안 KBS의 ‘관례’에 비추어볼 때 설득력이 없다. 4일 <뉴스9>에서 다뤄질 내용은 같은 날 밤 방송될 <시사기획10> ‘학자와 논문 2부: 공직의 무게’(KBS 1TV)를 요약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KBS는 <뉴스9>를 통해 <시사기획10>에서 다뤄질 주요 내용을 예고하는 리포트를 해왔다. 그런데 유독 이번에만 ‘충분한 반론권’을 줄 수 없어 보도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국장은 박재완 수석과 친구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국장이 친구를 위해 뉴스 시작 후 리포트를 삭제하는 무리수를 썼다고 보지 않는다.
박재완 수석이 누구인가?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대놓고 KBS 장악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2008년 7월 <신동아> 8월호와의 인터뷰에서 “KBS의 경우 방송의 중립성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최적임자인지를 한 번쯤 검증하고 재신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연주 사장의 강제 해임을 예고했다. 그리고 이 발언 뒤 채 한 달이 못되어 정연주 사장이 쫓겨났고, KBS는 정권의 손에 넘어갔다.
KBS는 ‘보도제작국장의 친구 박재완’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사람 박재완’에 대한 의혹 보도를 삭제한 것이다.
이병순-김인규 체제로 이어지면서 KBS 뉴스에서 이명박 정권에 불리한 보도,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는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번 사건을 통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의 실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기자들이 애써 취재를 하고, 압력을 이겨내고 메인뉴스에 올려놓아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끝내 삭제되는 게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 KBS의 실상이다.
<시사기획10>은 지난 달 20일 ‘학자와 논문1부’를 통해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성낙인 교수의 연구비 이중수령 의혹을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성낙인 교수가 “성모 교수”로 처리됐고, 담당 기자가 23일 실명을 공개한 후속 리포트를 제작했지만 메인뉴스에서 결국 방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권력 비판은 외면하고 정권 홍보에는 앞장서는 KBS가 날이면 날마다 국민들을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KBS의 ‘나팔수’ 행태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KBS의 미래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달려있다. 최소한의 비판보도마저 가로막는 이런 식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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