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 열린음악회의 편성 취소를 촉구하는 논평(2010.3.30)지난 27일 KBS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오는 4월 4일 방송될 열린음악회를 녹화했다. 이날 열린음악회는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신세계가 후원했는데 음악회 초대권 등에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고 행사의 취지가 설명돼 있었다. 열린음악회 홍보물에도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병철 회장과 그의 딸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열린음악회 진행자와 다수의 출연자들은 이병철 씨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멘트를 해, ‘재벌 창업주의 생일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KBS 강선규 홍보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악회를 협찬한 신세계 측이 초대권을 발행하면서 이 회장 탄생 기념 문구를 넣은 것이며, 방송에서 이 회장과 관련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홍보한 것은 신세계가 알아서 한 일이고, 열린음악회를 방송할 때 행사장의 ‘이병철 홍보’ 현수막이나 출연자의 ‘축하 멘트’는 편집하면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KBS는 재벌들이 협찬이라는 미명 아래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제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재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마음껏 활용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더욱이 KBS는 신세계가 열린음악회를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 홍보에 활용할 것임을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축하 멘트’까지 했다. 결국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간판을 달고 재벌 창업주의 탄생 기념일을 홍보하는 ‘이벤트 대행업체’ 노릇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KBS가 ‘신세계가 알아서 한 일’이라거나 ‘이병철 회장 부분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궤변일 뿐이다.
KBS는 지난 2월 5일 삼성가에서 개최한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메인뉴스에서 보도했다. <“실패 두려워 말아야”>(박영관 기자)라는 보도에서 KBS는 이병철 회장의 ‘도전정신’, ‘기업가 정신’ 등을 부각하며 “창업 1세대의 성공신화 뒤에는 비리와 정경유착 등 많은 논란이 뒤따르고 있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오늘날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띄웠다.
반면 3월 24일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데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수백억의 세금을 포탈한 ‘경제사범’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어물쩍 사면복권 되고, 다시 ‘황제경영’으로 복귀하는데도 KBS의 비판 기능은 마비되어 있었다.
이른바 ‘공영방송’이 재벌의 문제점을 감시 비판하기는커녕 창업주의 탄생 기념일을 메인뉴스에서 띄우고, 나아가 자사의 대표적인 음악프로그램을 재벌 창업주의 탄생 축하 이벤트용으로 내놓았으니 국민들에게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시청자들의 질책에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낀다면 ‘재벌 창업주의 생일잔치’로 전락한 열린음악회의 편성을 당장 취소하라. KBS가 문제의 열린음악회 방송을 강행한다면 KBS는 ‘정권의 나팔수’에 더해 ‘재벌의 홍보대행업자’라는 오명까지 얻게 될 것이며,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