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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10.3.29)
등록 2013.09.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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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숨기지 말고 언론은 섣부른 추측말라
-일부언론의 섣부른 ‘북 공격설’ 부각 유감이다
 
 
지난 26일 저녁 9시 30분경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 배에 타고 있던 104명 중 46명의 병사들이 실종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하지만 정부와 군 당국은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실종자 구조는커녕 참사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계 당국자들의 엇갈리는 주장, 언론통제, 초기 대응 부실로 온갖 의혹만 키운 상황이다.
사고 발생 28분 만에 해군이 도착했고, 사고 발생 후 70여분 만에 해경이 도착 했을 때도 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으며 침몰에 3시간이 걸렸다는데 왜 실종된 46명의 병사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지, 초계함(길이 88m, 너비 10m)이라는 큰 배가 한 순간에 침몰 할 수 있는지, 육지 가까이에 근접한 이유(사고지점이 백령도 1.6Km 해상) 등등 이번 사고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 사고발생 직후, 일부 언론들이 ‘북 공격설’을 섣불리 보도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26일 방송3사는 천안함 침몰 속보를 내보내면서 섣부르게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으로 지목했다. SBS는 26일 밤 11시 40분 경 <스타부부쇼 자기야> 방송 도중 자막으로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KBS도 저녁 11시에 방송되는 뉴스라인 마지막 꼭지에서 박상범 앵커가 현장 기자를 부르기 전 “침몰 원인이 북한 공격으로 추정된다는데 어느 정도 파악됐는지 알아보겠다”고 멘트 했다. MBC 역시 12시 40분 방송되는 마감뉴스 첫머리에서 김주하 앵커가 천안함 침몰 소식을 전하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멘트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 공격설’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7일과 28일 메인뉴스에서 방송3사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KBS의 경우 ‘북 공격 가능성’을 적극 제기했다.
27일 KBS <北 어뢰·기뢰로 침몰?>(김귀수 기자)은 어뢰공격은 함선의 측면이 파손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소형 잠수정이나 잠수 부대에 의한 근접 폭발물 공격은 탐지하기 어려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이어 북측의 기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평해전에서 패배한 뒤 보복타격을 다짐한 바 있다”, ‘월러드 미 태평양사령관도 25일 북한이 서해에서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뒤, “(군은)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8일에도 <“北 정찰기 현장 접근”>(이근우 기자)에서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천안함 침몰 직후 백령도 북쪽 NLL 인근 상공까지 내려온 북한 공군기 1개 편대가 방공 레이더에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초계함에서 ‘새떼’를 향해 대공포를 발사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새떼가 ‘북 정찰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7일 조간신문 중에는 중앙일보가 ‘북 공격 가능성’을 전제로 남북관계 단절 등을 예단했다. 중앙일보는 3면 <북한, 대청해전 패배 뒤 보복 공언 도발 확인 땐 남북교류 전면 단절>에서 이번 사고가 “만약 북한의 공격으로 결론 날 경우 남북관계는 최고의 긴장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며 ‘북 공격’을 전제로 남북관계를 전망하고 나섰다.
보도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 이후 보복을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북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는 관측까지 실으며 “최근 남북 관계에서 자기들 뜻대로 풀리지 않자 군부 강경파들이 대남 도발을 통한 진강 조성책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또 “도발 사실을 북한이 발뺌하고 나설 경우 남북 당국 간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북의 공격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도 29일 조중동은 ‘북한 공격 가능성’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침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1면부터 ‘기뢰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으며 사설에서는 “이번 사태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군사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천안함 침몰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다>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로 침몰했을 경우”를 전제한 뒤, “후속 교전(交戰), 나아가 남북 간 확전(擴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고도로 냉철한 상황 인식과 판단이 요구된다”며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북한이 레이더 탐지를 기만하는 전술로 어뢰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북한 공격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또 “만약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1999년 이후 세 차례의 해전(海戰) 도발 때보다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해군 초계함의 침몰과 장병 46명의 실종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모든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그런데 군 당국과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정부는 28일까지 4번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안타깝게 많은 실종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해군의 초동대응이 잘 이뤄져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외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라도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섣불리 ‘북 공격설’ 등을 보도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조중동이나 KBS가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확인 되지 않은 ‘북 공격설’을 부각하거나 ‘외부의 적’을 가정해 ‘내부 단결’을 강조하려 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정부와 언론의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를 둘러싼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라. 아울러 언론들도 선정적인 추측보도를 자제하고 진행 상황과 정부 대응을 정확하게 보도해주기 바란다.
 
2010년 3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