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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유인촌 장관의 ‘회피 연아’ 동영상 제작 누리꾼 고소에 대한 논평(2010.3.18)
등록 2013.09.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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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님의 민망한 ‘법적 대응’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누리꾼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을 만들고 유포한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오버’를 했기 때문이다.
문화부 측은 고소장에서 “유 장관이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려 했으나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해 올렸으므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문화부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프레임을 조작하고 속도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왜곡 조작한 것”, “패러디나 유머 수준이 아니라 왜곡 조작된 것을 사실처럼 포장하여 배포하였기에 기존의 패러디하고는 다른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벤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 선수에게 유 장관이 꽃다발 목걸이를 걸어주고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을 편집한 것인데,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떨어뜨려 끊어지는 화면으로 편집해 ‘김 선수가 유 장관을 피하는 모습’이 강조됐다. 원본 영상에서도 김 선수는 유 장관이 어깨를 두드리는데 몸을 살짝 뒤로 빼 ‘피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회피 연아’ 동영상은 그 장면을 부각한 것이다.
그러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 “악의적인 왜곡·조작”이라며 고소까지 한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유 장관을 피하는 모습’만으로 ‘성추행’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고, 백번 양보해 유 장관의 입장에서 ‘성추행’이 연상된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까지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느낄 것이라고 단정해 명예훼손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또 이 동영상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제목이나 설명이 달렸다 한들 상식적인 사람들이 이 동영상을 본다면 그런 제목이나 설명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유 장관과 문화부는 고위공직자를 비꼬고 풍자하고 싶은 네티즌들이 다소 과장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해서 정색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참 용렬한 모습이다. 여기에 대고 ‘표현의 자유 침해’ 운운하며 정색하고 비판하는 게 민망할 지경이다.
 
사실 그동안 유 장관의 명예를 누구보다 훼손해 온 사람은 유 장관 자신이다.
기자들에 대한 욕설 파문, 문화예술인 기들이기, 이전 정권 인사들 쫓아내기, 문예위 ‘두 명의 기관장 사태’를 두고 “그렇게도 한번 해보고…재미있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등의 무책임하고 품위 없는 발언이야 말로 장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오히려 이번 ‘회피연아’ 동영상에 대해 유 장관이 웃어넘기거나 재치 있는 농담으로 대응했다면 ‘통큰 장관님’으로 실추된 명예를 조금쯤 회복했을지 모를 일이다.
유인촌 장관과 문화부에 당부한다. 지금이라도 누리꾼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
그리고 문화예술인 출신의 장관답게 누리꾼들의 패러디 정도가 다소 과장되었다 해도 유머로 받아넘겼으면 한다.
이런 일로 발끈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는 자체가 장관님의 위신 추락이며, 네티즌들이 법적 처벌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거리다. <끝>

 
 
2010년 3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