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벤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 방송3사 동시 생중계에 대한 논평(2010.3.8)- 선수들도 국민들도 정권의 동원 대상이 아니다.
방송3사는 7일 일요일 저녁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일제히 ‘2010년 벤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이하 ‘국민대축제’)를 방송했다. 방송이 나가기 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볼 권리 침해’, ‘올림픽 호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거셌으나 방송3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시 생중계를 강행했다. 이날 방송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대형 무대에서 진행됐고, 방송3사는 각각 황수경(KBS), 신동호(MBC), 김정일(SBS) 아나운서를 내세워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는 ‘돈독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3사의 동시 생중계에도 ‘국민대축제’의 시청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TNS와 AGB닐슨 두 조사기관의 시청률조사 결과, 이날 ‘국민대축제’의 시청률은 방송3사를 모두 합쳐도 15%가 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시간대 KBS2의 <해피선데이>는 30%가 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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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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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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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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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해피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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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s(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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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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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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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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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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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b닐슨(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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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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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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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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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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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데 기뻐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방송3사가 이들을 환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3사가 일제히 나서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결방하거나 시간대를 조정하면서까지 대대적인 ‘환영 쇼’를 벌이고 이를 동시 생중계하는 것은 이만저만 ‘오버’가 아니다.
더욱이 방송3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선수들의 올림픽 선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올림픽 금메달 축소보도를 지적하자 kbs 사장 김인규 씨가 간부들을 질책하며 대대적인 선수단 환영프로그램을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또 언론노조 kbs 본부에 따르면 방송3사가 공동중계에 합의한 이번 의사 결정 과정이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권력이 국민의 눈을 돌리고 여론을 호도할 때 ‘국가적 단결’을 강조하거나, 거국적인 행사를 이용한다. 스포츠는 정치권력이 이런 유혹을 느낄 때 가장 쉽게 악용할 수 있는 분야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때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냈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스러운 날 mbc에 ‘낙하산 사장’을 앉혔다.
선수들을 청와대 만찬에 초대해 ‘소탈한 대통령’을 부각하는 것은 “올림픽 기적은 국정철학 결실”이라는 이동관 홍보수석의 낯 뜨거운 주장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이 씨는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 평가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낳은 결실”의 하나로 “동계올림픽에서 기적 같은 성과”를 꼽았다.
이명박 정권의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인데다 ‘국민대축제’를 지상파 방송3사가 동시 생중계를 한다고 나섰으니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국민대축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선곡 등에서도 확인됐다.
무대 안팎은 대형 태극기로 장식되었다. 프로그램은 합창단의 ‘개선행진곡’으로 시작됐는데, 선수단이 무대에 입장하자 무대 뒤 스크린에 대형 태극기를 비췄으며 응원단들도 태극기를 흔들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수시로 객석을 덮는 대형 태극기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공연 중간 중간 배치된 영상도 ‘국가적 영광’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벤쿠버 올림픽 17일 영광과 환희의 순간’이라는 첫 번째 영상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의 금메달 장면을 비추며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의 지배권을 넓혔다”, “동계올림픽 아시아의 맹주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등 외신보도를 자막으로 넣었다.
두 번째 영상 ‘불가능의 도전...그리고 성공’에서는 한국의 동계올림픽 출전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 한 뒤 성우멘트로 “2010년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켜스케이팅 세 종목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영상에서는 선수들의 ‘의지’를 칭찬하며 “대한의 영웅들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빙상강국 코리아”,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딸들이여”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노래에서도 선수들은 ‘국가적 영웅’으로 부각되었는데, 국악인 김영임씨가 부른 ‘세상사람’에서는 “세계최강 대한민국 자랑스런 영웅들아”, “사십육인 국가대표 역사를 다시 썼네”, “우리나라 대한민국 좋은 세상 맞이하리”라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크로스오버 가수 신문희 씨의 노래도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고 80년대식 ‘국가축제’의 진부함만 묻어났다. 시청률이 바닥을 쳤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어떻게든 선수들이 이뤄낸 성취를 ‘국가적 승리’, ‘국정철학의 결과’로 끌어다 쓰려고 안간힘이고, 방송사들은 여기에 동시 생중계로 편승해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한 시청률로 나타났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올림픽을 즐겼던 많은 국민들에게 정권과 방송사들의 구시대적 행태가 외면당한 것이다.
선수들도 국민들도 정권의 동원 대상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과 방송3사는 선수들의 귀한 땀과 국민들의 즐거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보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80년대식 사고방식과 국민들의 인식이 거듭 충돌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반발만 거세질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