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부 여당‧방통심의위의 이른바 ‘막말·막장방송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논평(2010.2.11)지난 9일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품격 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막말 등 이른바 ‘저품격 프로그램’에 대한 법적 규제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국회 문방위원장 한나라당 고흥길 위원은 막말방송을 비판하며 “당 차원에서 방안이 나오면 입법화 할 것은 하고 제도화하는데 열심히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 최구식 의원도 “대통령도 TV에서 무슨 일(막말 방송)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지만 위치가 있어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대통령까지 막말방송 규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이 토론회에 참석했던 방송통신심의위 이진강 위원장은 ‘직무에 소홀했다는 자괴감과 더 잘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발언했고, 이어 10일 이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빈번하게 보이는 방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막장’, ‘막말 방송’에 대해 지속적인 심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권 아래서는 모든 것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다. 지난 해 12월 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방송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방통위는 ‘막말방송 등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더니 이제는 여당 인사들이 대놓고 프로그램 규제 강화를 외치고, 방통심의위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답’하고 있다.
이런 조짐은 이른바 ‘빵꾸똥꾸’ 사건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지난 해 12월 방통심의위는 MBC의 인기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해리의 유행어 “빵꾸똥꾸”를 쓰지 말도록 권고 조치했다. 방통심의위는 ‘어린이들의 모방가능성을 불러와 가치관과 행동양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재의 근거로 들었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방송 환경이 독재정권 시절의 규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앞장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방송장악 과정에서 자신들의 눈 밖에 난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핍박했다. 애매한 기준으로 ‘막말’, ‘막장’을 규정해 놓고 못마땅한 프로그램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통제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락프로그램을 통한 사회풍자나 권력풍자가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한편으로는 정부 여당이 ‘막말·막장 규제’를 사회적 의제로 띄우는 자체가 자신들의 막가파식 방송장악을 물타기 하려는 속셈으로도 읽힌다. 또한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들을 줄줄이 내쫓고, 공영방송의 감시·비판 기능을 무력화시킨 이 정권이 막말방송을 비난하는 것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도대체 지금 이 정권이 저지르는 KBS 장악, YTN 장악, MBC 장악보다 더한 ‘막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본분을 망각한 채 정권의 ‘하청’ 기구로 전락한 방통심의위에도 한마디 덧붙인다. 정권의 주문을 받아 비판프로그램이나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에나 앞장서는 이런 방통심의위는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방송발전에 도움이 된다. 방통심의위원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