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문진의 ‘MBC 임원선임 강행’에 대한 논평(2010.2.8)오늘(8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여당 추천 이사들 주도로 임시이사회를 열어 MBC의 보궐 임원(이사) 선임을 강행했다. 황희만 울산MBC 사장과 윤혁 보도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이 보직 결정 없이 선임됐는데, 이미 MBC 안팎에서는 이들의 ‘낙점설’이 나돌았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2월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 등 친여 이사들의 압박 속에 MBC 임원진 8명이 일괄 사표를 내고 방문진이 이 중 일부를 ‘선별 수리’함에 따라 생긴 공석을 채운 것이다. 엄기영 사장이 안광한 국장을 제외하고 선임에 동의하지 않아 오늘 이사회에서 이들의 보직을 결정하지는 못했으나, 방문진은 곧 제작·보도·편성본부장 자리에 이들을 앉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60여 일간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MBC 제작·보도·편성본부장 자리에 친여 이사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고 엄기영 사장을 압박해왔다. 엄 사장이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지난 5일 임시이사회를 열겠다고 통보하고 엄 사장의 동의도 없이 8일 오전 7시 30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밀어붙였다.
MBC노조의 반발로 이사회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9시께 회의장소를 임의로 변경해 친여 이사들 중심으로 임시이사회를 강행했다. 선진당을 제외한 야당 추천 이사들은 회의장 변경을 미리 통보하지 않고 회의장을 변경한 데 반발, 회의에 불참했다.
제작·보도·편성본부장은 MBC가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자리다. 방문진 친여 이사들은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이 자리에 앉혀 MBC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나아가 MBC의 권력 감시·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본부장으로 거론되어 온 윤혁 부국장의 경우 그동안
뿐만 아니라 방문진 친여 이사들은 막무가내식 임원 선임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을 ‘허수아비’ 취급함으로써 사실상 그의 사퇴를 종용하고, 사장마저 정권의 뜻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 1988년 MBC가 방문진 체제로 바뀐 이후 줄 곳 사장이 해 온 본부장 선임을 방문진이 한 것 자체가 엄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다. 또 엄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전부터 이미 MBC 안팎에서는 방문진이 엄 사장 후임으로 김종오 전 대구 MBC 사장을 낙점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엄 사장이 방문진 회의 직후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저는 문화방송 사장을 사퇴하겠다”며 반발하자, 방문진 친여 이사들은 벌써부터 엄 사장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친여 이사들은 취임 직후부터 엄 사장 교체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가 하면, MBC에 대한 정권의 탄압을 막아주기는커녕 비판 프로그램을 앞장서 흔들고 공격했다.
나아가 지난달 말 감사원은 12년 만에 방문진 감사에 나섰다. 방문진의 ‘MBC관리감독 임무에 대한 감찰’을 빌미로 MBC의 경영과 보도 영역까지 감사 대상으로 삼고, 이를 근거로 2월 말로 예정된 MBC 주주총회에서는 ‘엄사장 축출’, ‘MBC 장악’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다. 감사원을 동원한 방송장악 시도가 KBS에 이어 MBC에서도 재현 된 꼴이다.
MBC 구성원들에게 거듭 당부한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된다. KBS에 이어 MBC마저 정권의 방송장악에 짓밟힌다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후퇴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MBC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이 정권의 MBC 장악에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MBC를 지키는 데 앞장서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MBC 모든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싸우면 국민들도 MBC를 외롭게 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이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
이 정권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 PD수첩>이 의연하게 버텨내고 있는 것처럼 MBC의 모든 구성원들이 ‘MBC 장악’에 맞서 국민의 희망과 자랑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리도 국민들과 함께 이 정권으로부터 MBC를 지키는 데 나설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