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과학카페> <미녀들의 수다>의 ‘관제방송’ 행태에 대한 논평(2010.1.27)2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26일 방송된 <과학카페>(KBS 1TV) ‘식품의 과학, 쇠고기 검역’ 편이 농림수산식품부 협찬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과학카페>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한 편의 ‘수입쇠고기 홍보 CF’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합의한 한미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수입 쇠고기의 전수검사가 실시되지 않는다는 점, 광우병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소의 뼈와 내장까지 수입된다는 점 등 광우병을 우려하는 핵심 이유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과학카페>는 쇠고기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추며 “한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위를 고루 즐길 수 있는 수입 쇠고기, 맛과 품질은 물론 여러 단계의 검역과정을 거쳐 안심하며 즐길 수 있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오해가 많이 해소되면서 그에 따른 소비도 점차 늘고 있다”고 홍보했다. “맛있다”, “부드럽고 입에 감기는 맛이 있다”는 손님들의 긍정적 반응도 소개했다. 심지어 요리 전문가를 등장시켜 수입 쇠고기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까지 소개한 뒤, “철저한 검역과 꼼꼼한 정밀검사를 거쳐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입 쇠고기. 그 담백한 매력에 빠져드는 건 어떨까”라며 수입쇠고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수입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히 검역하는지 보여 달라고 했을 뿐인데 재미를 주려고 하다보니 실수가 빚어진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우리 농산물 관련 제작만 협찬해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프로그램이 나간 시기는 정부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다룬 < PD수첩 >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었던 때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 PD수첩 > 보도를 ‘왜곡보도’로 여론몰이하려는 의도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 협찬했고, KBS는 이를 충실히 따랐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방송심의규정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안된다’(11조)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 PD수첩 > 제작진에게 2∼3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직후이고, 선고공판이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KBS가 재판의 한 당사자인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런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최소한의 양식도 내팽개쳤다는 얘기다.
26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KBS가 법무부로부터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2∼3월까지 10억8000만원을 협찬 받아 ‘인터넷불법다운로드 근절’ 등을 담은 공익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지난 1월 4일 방송된 <미녀들의 수다>(KBS 2TV)에서는 ‘법무부와 함께 세계 교통문화와 에티켓을 비교’하는 내용을 방송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법무부 홍보’로 흘렀다. 프로그램 말미에 영상으로 등장한 이귀남 법무장관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법질서 운동’을 설명하고 “올해 G-20 정상회의가 개최돼 세계가 우리 시민의식과 법질서의식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법질서 의식을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권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자신들의 치적으로 적극 부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민들도 이런 KBS를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관제방송’,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의 몰골이 너무 참담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