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씨, ‘NHK뉴스 따라잡기’는 몰락의 길이다
‘특보사장’ 김인규 씨가 KBS 뉴스를 NHK처럼 바꾸겠다고 나섰다.
22일 KBS는 보도본부 내에 20명으로 구성된 ‘뉴스 개편 TF팀’을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김 씨는 KBS 이웃돕기 성금 모금 특별 생방송 출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적극 반영해 뉴스를 개편하겠다”며 “<뉴스9>의 경우 1분 20초짜리 뉴스를 25∼26개 내보내는데 이를 8개 정도로 줄여 심층성을 높이고 앵커가 대부분의 기사를 읽는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 기자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기자의 얼굴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고 뉴스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앵커만 나와도 된다”, “지금은 뉴스에 사투리 쓰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기자 등이 다 나와서 리포팅하고 있는데 앵커가 차분하게 진행하는 스타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인규 씨 주장과 달리 ‘NHK식 뉴스개편’은 뉴스의 심층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권력 비판과 사회감시 기능을 완전히 파괴하고 권력에 더욱 순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NHK 메인뉴스는 거의 대부분의 소식을 앵커가 혼자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NHK의 뉴스가 ‘심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앵커가 자신이 직접 취재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만하는 상황에서 사안 사안에 대한 심층보도가 될 리 만무하다. 실제로도 NHK 뉴스는 ‘기계적 중립’에 따라 사실 전달에만 치중하며, 정부정책도 ‘소개’하는 데 그친다. 정치쟁점에 대한 ‘심층 분석’은 기대하기 힘들고, 정부 쪽 취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표적인 ‘권언유착’ 방송으로 지탄받고 있다. 나아가 ‘NHK가 자민련 5O년 독재를 정당화했다’는 비판마저 받는다. 한마디로 NHK 뉴스는 공영방송이 ‘따라잡기’ 할 대상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게다가 김 씨가 내세운 ‘8개 주요 아이템 + 앵커전달 뉴스’라는 형식을 취할 경우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보도본부장 선에서 좌우할 가능성이 크고 사장과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한층 쉬워질 것이다.
물론, KBS는 이미 ‘청부사장’ 이병순 씨 시절부터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 이병순 씨는 정연주 사장 시절 취재·제작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폐지됐던 보도국장제를 부활했고, 지난 8월에는 보도국 내 편집주간 자리를 신설해 내부 통제가 강화됐다. 그런데 김인규 씨는 이것으로도 부족해 기자는 ‘팩트만 수집해오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보도국 간부가 뉴스의 내용을 결정하며, 앵커는 ‘읽어주는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방송 뉴스의 역할에서 최소한의 권력 비판·사회 감시 기능조차 거세해버리고 대놓고 공영방송 KBS를 이명박 정권의 ‘국정홍보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김 씨가 진정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만들고 싶다면 뉴스 포맷 바꾸겠다고 TF팀을 꾸릴 게 아니라 KBS의 비판 기능부터 살려놔야 한다.
지금 KBS 뉴스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앵커가 읽어주는 형식’을 취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KBS가 ‘MB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NHK식 뉴스개편’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KBS를 파멸로 몰아넣는 행위다. <끝>
2009년 12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