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통위의 이길영씨 KBS 감사 임명에 대한 논평(2009.12.17)
등록 2013.09.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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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보사장’에 ‘비리감사’까지, 누더기 된 KBS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에는 비리 인사를 KBS 감사로 임명했다. 17일 방통위는 KBS 이사회가 지난 11일 임명제청한 이길영 씨를 감사로 임명했다.
이 씨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난 2006년 설립한 공기업 ‘대구경북 한방산업진흥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인데, 2007년 서류점수를 조작해 친구 아들 A씨를 입사시켰다. 2008년 7월 감사원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어 이 씨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공사 감사직무규정 제8조(감사부서 직원의 자격)는 ‘징계처분을 받은 뒤 3년 이내인 사람은 감사실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이런 규정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공영방송 KBS의 감사를 ‘입사비리 인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이 씨의 과거 이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씨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KBS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맡았는데, 그가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시기 ‘특보사장’ 김인규 씨는 정치부장을 지내는 등 두 사람이 ‘각별한 인연’이라고 알려져 있다. 감사의 역할이 KBS 경영의 감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씨는 KBS 재직 시절 전두환 정권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담당하는 등 ‘땡전뉴스’ 시기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번 감사 임명제청 과정에서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씨를 두고 “땡전뉴스의 원조격” 인사라며 그의 임명제청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여 인사들이 장악한 이사회는 끝내 이 씨를 감사로 선택했다.
친여 이사들은 이번 감사 임명제청 과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당초 감사 후보자들은 모두 6명이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들 모두를 면접하자고 제안했으나 친여 이사들은 표결을 밀어붙여 후보자를 두 명으로 걸러낸 뒤 이들에 대해서만 면접을 치렀다. 또 면접 과정에서 야당 추천 인사들이 이 씨의 비리연루 사실, 과거 이력 등을 제기했음에도 결국 이 씨가 다수의 득표를 얻어 임명제청 된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씨가 ‘사전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명색이 공영방송 KBS 이사회가 ‘비리 전력자’를 감사로 추천함으로써 KBS의 공신력을 거듭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친여 이사들은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나 국민의 신뢰 같은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이사회, ‘MB특보 사장’, ‘비리전력 감사’까지 KBS는 어디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없게 됐다. 그렇다고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결연한 저항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이런 KBS가 어디까지 무너질지 참으로 참담하다.
 
‘비리 전력자’를 공영방송 감사로 임명한 방통위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KBS 감사실이 감사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성명까지 발표하며 이 씨의 감사 임명을 반대했고, 언론에서도 이 씨의 비리 전력과 과거 전력 등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보란 듯이 이런 인사를 KBS 감사로 임명했다. 권력의 눈에 든 사람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요직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이미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집행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번 ‘비리 감사’ 임명은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로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도 쫓아냈는데, 감사 한 명 마음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겠는가?
결국 남은 것은 국민들의 심판 밖에 없다. 방송장악의 집행기관이 된 방통위, 공영방송의 길을 포기한 KBS를 엄중하게 심판하고 방송민주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이 보다 분명해 졌다. <끝>
 
2009년 12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