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문진의 MBC 임원진 4명 사표수리에 대한 논평(2009.12.11)9일 엄 사장 등 임원진들이 사표를 제출했을 때 이미 MBC 안팎에서는 이런 결과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즉 엄 사장이 일괄사표로 일종의 ‘충성서약’을 하면 방문진은 엄 사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간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엄 사장과 MBC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인다는 얘기다.
엄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사표제출을 ‘자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친여 이사들이 그동안 MBC 장악을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엄 사장을 압박했는지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특히, 김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엄 사장 교체 의사를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난 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엄 사장에게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엄 사장도 스스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등 사퇴를 압박했고, 회의가 끝난 뒤 사석에서도 책임론을 거론했다고 한다. 또 일부 친여 이사들은 엄 사장 외에 최소 2∼3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이명박 정권과 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MBC 길들이기’에 앞장선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집요한 압박이 결국 ‘임원진 일괄사표’라는 굴복을 받아낸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친여 이사들에게 경고한다. 엄 사장을 꼭두각시로 삼아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든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이 정권의 끊이지 않는 언론장악 행태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MBC 장악’은 ‘방송장악의 마침표’가 아니라 ‘MB정권의 마침표’가 될 것이며 방문진 친여 이사들 역시 엄중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특히 항간의 분석대로 엄 사장이 김 이사장에게 자리보전을 약속 받고 일괄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면 참으로 비겁한 ‘백기투항’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퇴진 압력에 시달린 엄 사장을 지지·응원한 것은 엄 사장 개인의 자리를 보전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방송장악에 혈안이 된 이명박 정권과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부당한 압력에 꿋꿋하게 맞서며 공영방송 MBC를 지켜달라는 당부였다. 그러나 엄 사장은 국민의 뜻과 정권의 압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듯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였다. < PD수첩> 사과방송, 신경민 앵커 경질, 이른바 ‘뉴MBC 플랜’ 등 엄 사장이 정권 앞에 조금씩 무너져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국민들은 기대를 접지 않았다. 하지만 엄 사장은 결국 국민들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렸다.
엄 사장이 내놓은 이른바 ‘뉴MBC 플랜’ 이후 MBC의 정권감시·비판기능은 더 무뎌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이 조차 성에 안찬다며 임직원들의 사표를 요구한 김 이사장에게 협력한다면 엄 사장이 자리를 지킨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이 정권의 폭압적인 방송장악 과정에서 엄 사장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엄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명예를 잃었다. 앞으로 국민들은 MBC와 엄 사장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엄 사장이 ‘김우룡의 대리자’가 되어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한다면 국민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MBC는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켜온 전통이 있다. MBC 구성원이 똘똘 뭉쳐 맞서고 국민들이 이런 구성원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걸고, 국민들에게 MBC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싸워 주기 바란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