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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문제 발언들’ 관련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2009.12.7)
등록 2013.09.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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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MB는 ‘거짓말’해도 괜찮나?
 

‘대통령의 거짓말’에 국민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는 최근 협박편지를 받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대선 때 어느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와서 협박을 했는데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측근인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3일 <평화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괴한’은 당시 이 후보 집에 전화를 해서 총소리로 전화기에 ‘탕탕탕’하면서 협박을 했고, 전화도 일하던 아주머니가 받았다고 밝혀 이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3일 논평을 내고 “2006년 10월 이 전 서울시장의 집에 전화를 걸어 총소리 등이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며 협박한 사람을 종로경찰서가 이 전 시장 쪽의 신고를 받고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냐”고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변인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인 양 주장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변하는 과정에서 전국적 재해예방을 위한 예산을 4대강 예산과 비교했는가 하면, 한국의 보가 수질을 좋게 만들었고 로봇 물고기로 수질오염을 감시한다는 등 사실과 다르거나 실현성 없는 주장을 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4일 <이 대통령 ‘과장화법’ 논란>이라는 기사를 싣고,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5일 사설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가벼워서야>에서도 “충격과 의문을 동시에 던져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대선 후보가 권총 위협을 당했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일”인데도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니 의문이 생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남 탓을 하기 전에 진실을 먼저 밝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면서,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라면 말을 너무 가볍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앞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사실 왜곡에 대해서도 지난 달 30일 1면과 3면에 걸쳐 <MB 4대강 ‘도넘은’ 왜곡>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신문 만큼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권총 협박’ 발언은 아예 다루지 않았고, ‘대통령과 대화’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서는 30일 관련 기사에서 “수질개선 방법, 보·준설의 부작용, 홍수예방 근거 등 국민이 우려하는 대목에선 대답을 회피하고 사실왜곡이나 아전인수식 해석에 바탕한 답변이 주를 이뤘다”는 지적을 전하는 정도였다.
 
그렇다면 참여정부 시절 끊임없이 ‘대통령의 말’을 문제삼고 비판했던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지난 ‘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난 후 조중동은 사실 왜곡을 비판하기는커녕 ‘대통령 힘 실어주기’에 바빴다.
‘권총 협박 거짓말 발언’에 대해서는 중앙일보는 지금까지 관련 보도가 없었고, 동아일보는 3일 <박근혜 협박편지서 DNA 추출>(8면)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권총협박’ 발언을 한 것을 실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난 이후에는 관련 내용을 내보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대통령의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거나 비판하지는 않았다. 2일 기사 <MB “나도 대선때 권총협박 받은 적 있다”>(4면)에서는 ‘권총협박’ 발언을 그대로 전했고, 4일 기사 <‘괴한 권총 협박’ MB발언 논란>(6면)에서는 이 대통령의 ‘권총 협박’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과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의 반응들을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의 거짓말에도 한없이 관대한 이런 조중동의 보도행태는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당시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비판을 받은 적이 잦았다. 특히 조중동 수구족벌신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를 문제 삼다시피 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거친 표현’ 정도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사실 왜곡이나 거짓말을 했다면 조중동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06년 12월 21일 노 전 대통령은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거친 표현’을 동원해 전작권 환수 반대 세력을 비판하는 한편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자 조중동은 ‘대통령의 말’에 비판을 넘어선 악의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며>를 싣고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막말을 거칠게 쏟아 놓았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조선일보가 비난한 노 전 대통령의 ‘막말’을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으나, 주로 수구보수세력들이 안보 문제를 놓고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대한 격앙된 표현이었다.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 직무유기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알고도 딴 소리 하는 건지, 몰라서 딴 소리를 하는 건지, 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관 지명해서 국회 청문회 내보내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거든요. 제가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정도의 사고 방식이라는 것인데, 저는 제 정신입니다” 등등이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을 거세게 비난한 뒤 “이날 대통령의 무차별 공격을 유일하게 비켜갈 수 있었던 행운아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뿐이었다”,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며 색깔공세를 펴고 극언을 퍼부었다.
또 23일에는 3, 4면에 걸쳐 <노 대통령 ‘말폭탄’ 파문>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4면 기사 <“국가 최고지도자 입에서 나올 말인가”>에서는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는 등의 표현을 비판하며 “대통령의 막말이 갈 데까지 갔다”,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있지도 않을 것 같은 막말이 국가 최고지도자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비판은 물론이고 학계의 비판까지 전했다.

중앙일보도 2006년 12월 23일 사설 <남은 1년이 걱정스럽다>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얼굴에 흙탕물을 튀겨 놓았다”며 “‘나랑 한번 붙어볼래’라는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있는 대통령, 핵실험·주사파 세력에게 내려쳐야 할 주먹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90%의 국민에게 내려치는 대통령,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황소 같다”고 표현하더니 “그가 4년간 수없는 막말로 국가의 위신을 부숴 놓았는데 앞으로 무엇을 더 부술지 국민은 불안하다”고 비난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미국이 호주머니 손넣고”라는 발언 중에 자신의 손을 주머니에 넣는 제스쳐를 취했다. 중앙일보는 이를 “‘나랑 한번 붙어볼래’라는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묘사한 것이다.)
이어 평통 자문회의 연설이 “가장 부끄럽고 품위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더니 “그중 최악은 역시 대통령의 언어 수준”이라며 “언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온전한 국정을 펼 수 있겠느냐의 문제”라고 비난했다. 또 “그의 막말에는 울타리가 없다”면서 “외교건 안보건 언론이건 군대건 그의 입에 걸리면 품윌랑 부숴져 버린다”며 대통령의 막말이 “계산된 의도”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2월 22일 3, 4, 5면 무려 세면에 걸쳐 <노대통령 ‘무차별 격정 발언’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세게 공격했다.
4면 기사 <연단 내려치고 원색적인 용어 대중유세 방불>에서는 “대통령의 연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격한 표현과 감정적 언사가 쏟아졌다”며 “‘욕만 바가지고 먹고 산다’, ‘박살이 나는 것’,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한 건 하겠다’, ‘(미국) 바지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백만 믿겠다’,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 등 거친 말을 이어갔다”고 부각하며 대통령의 말을 비판했다.
 
대통령의 품위는 매우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이런 표현들이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중동이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문제삼고 공격했던 방식은 악의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또한 조중동이 노 전 대통령의 말에 적용했던 ‘품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품위 없음’에 있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안창호 씨”, “행정도시 건설을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고3생을 네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등의 그야말로 ‘막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품위없는 말’, 나아가 ‘반 인권적’인 말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사실이 아닌 얘기를 사실처럼 늘어놓아도 최소한의 비판이 없다.
이제 이 대통령은 ‘막말’도 모자라 국민들과 대화하겠다고 나선 자리에서 왜곡된 사실을 주장하고, 다른 나라 국가원수 앞에서 ‘권총으로 협박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가공할 발언을 했다. 이런 ‘대통령의 거짓말’이야말로 자신과 나라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심각한 행태다.
품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는 ‘진실’이다. ‘친이명박 신문’ 조중동은 대통령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언행을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해야 마땅하다. 쉬쉬 하며 가려주고 감싸주니 ‘실언’이 ‘막말’이 되고, ‘막말’이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이댔던 품위의 잣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적용해보라.<끝>
 
 
 
2009년 12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