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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응모, 김성수 친일반민족행위자 포함 관련 <조선><동아> 보도에 대한 논평(2009.12.1)
등록 2013.09.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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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응모·김성수의 친일은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동아> 친일청산 헐뜯을수록 추해질 뿐이다
 
 
지난달 27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진상규명위는 1949년 중단된 제헌국회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의 작업을 국가기구가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진상규명위의 설치 근거가 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대한 특별법’은 ‘친일행위’를 일제에 ‘주도적, 적극적, 중심적으로 협력한 경우’로 한정하고 공문서 위주의 증거주의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친일 범위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4389명에 비하면 채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 등 대표적인 친일인사들이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따라서 진상규명위의 명단이 친일반민족 행위 전체를 파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적어도 이번 진상규명위가 밝힌 친일 인물들은 ‘공문서 위주의 확실한 친일 증거’가 확보된 인물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위의 명단에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이 포함된 것을 놓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가히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고 있다.
방응모는 일제 침략 정책 협력을 주장하고 군수업체 조선항공공업주식회사 및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으로 활동한 게 친일 행위로 인정됐고, 김성수는 징병 찬양 및 선전, 선동, 학병 동원을 독려하고 역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과 이사로 활동한 것이 친일 행위로 인정됐다.
사실 진상규명위의 명단 발표가 아니더라도 방응모, 김성수의 친일 행각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자성과 사과는커녕 친일규명위의 활동을 악의적으로 헐뜯고, 온갖 궤변으로 친일 행각을 합리화하기에 바빴다.
이들이 친일 인사들을 두둔하는 궤변의 요지는, ‘친일 행각은 일제의 강요에 의한 것이다’, ‘친일 행위만 보지 말고 다른 활동도 평가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과거청산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기에 진상규명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자학사관’ 때문에 만들어졌다거나, 좌익인사는 명단에서 빠졌다는 식의 색깔공세를 덧붙여 진상규명위 활동을 헐뜯었다.
 
<조선> 친일파 감싸며 “노무현 때문에…”
1일 조선일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진상규명위 활동을 흠집내려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노 前 대통령 묘소에 보고서 바친 진상규명위원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진상규명위 위원들이 2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친일반민족행위 진상 보고서’를 봉정한 것을 두고, “우선 세금을 낸 국민에게 보고서 발간 과정을 보고하고 그 다음 나라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을 모신 독립기념관이나 국립현충원을 찾아가 보고서를 바치는게 순서”라고 비난했다. 또 진상규명위가 “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대한민국 역사를 규정한 뒤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위의 활동 지침을 미리 제시했던 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탓하기도 했다.
이어 사설은 진상규명위가 “일제 말 강요에 의해 학병 권유 강연에 나갔거나 총독부 관변단체에 이름을 올렸어도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하고, 나라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재(人材)들을 길러내고, 6·25 전쟁 때 벼랑에 몰린 대한민국을 구하고, 종교·예술·언론 각 분야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토대를 만든 사람들은 가혹하게 친일 인사로 낙인” 찍었다며 친일 인사들을 두둔하는 한편, “좌파계열이거나 월북해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 이름은 교묘하게 뺐다”며 색깔공세를 폈다.
나아가 진상규명위 “11명의 위원 중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여당에서 추천한 위원이 6명을 넘었다”, “이들만 한 목소리를 내면 누구든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멍에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명단 선정이 정략적으로 이뤄진 양 몰았다.
 
조선일보는 앞서 30일에도 <“노 전 대통령과 약속 지켰다”>는 기사를 싣고 노 전 대통령이 과거사 정리의 기치를 올린 뒤 진상규명위가 만들어졌다며 비난했다.
진상규명위의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인 11월 28일에도 조선일보는 <외눈박이 친일반민족조사위의 발표를 보고>라는 사설을 싣고 방응모 김성수 등이 포함된 데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사설은 이들의 일제 학병 권유 강연을 두고 “단상·단하가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을 안으로 삼키며 함께 울었다는 것을 세상이 모두 알고 있었다”고 감쌌다.
나아가 “당시 조선의 지도급 인사들은 조선이 이민족의 압제를 벗어나 독립의 날을 기약하려면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언론을 통해 민족의 잠든 얼을 일깨우고 종교를 통해 정신적 자주 인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성수와 방응모는 자신의 전 인생과 전 재산을 민족언론, 민족학교의 건립에 쏟아부었다”며 친일 행각을 벌인 인사들을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동아>의 해괴한 논리, “친일파는 겁탈당한 피해자”
동아일보도 1일 <‘과거사 바로 세우기’를 바로 세우기>(최정호 객원 대기자)라는 칼럼을 싣고, 해괴한 논리를 폈다.
칼럼은 “이 겨레의 ‘과거사 바로 세우기’가 제 궤도를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겁탈당한 피해자에게 반항을 했느냐 안 했느냐, 또는 강도에게 10만 원을 주었느냐 100만 원을 주었느냐 하는 ‘진상규명’에만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쏟고, 막상 겁탈한 강도와 그 죄상은 추궁도 않고 남의 일처럼 불문에 부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일 인물들을 “겁탈당한 피해자”, “강도 피해자”로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또 김성수 방응모 현상윤 백낙준 김활란 등을 언급하면서 “4년 세월에 377억 원 예산을 받아쓴 규명위원회”가 “누가 진짜 친일파고 누가 무늬만의 친일파인지” 가려냈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빙빙 돌려 말했지만 결국 이들이 “무늬만 친일파”였다고 강변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진상규명위를 줄곧 ‘좌편향’이라고 공격해왔다.
명단이 발표된 다음 날인 11월 28일 <위원회 출범부터 좌편향 논란…11명 중 6명이 盧정권 추천>(8면)에서는 진상규명위가 “인적구성의 편향성과 조사 기준의 일관성 문제로 기구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고 결과를 놓고도 시비를 낳고 있다”며 ‘편향성’을 시비 걸었다.
이날 사설 <좌편향 위원회가 건국세력을 친일로 낙인찍었다>에서는 진상규명위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인물 중에는 대한민국 건국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특히 눈에 띈다”며 “엄혹한 시대상황을 직시하지 않은 채 부정확하고 제한된 자료를 근거로, 더구나 편향된 잣대로 친일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비난했다.
또 “노무현 정권 때 구성된 규명위는 11명 전체 위원 가운데 6명이 노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사람들”이라며 “노 전 대통은 대한민국 건국에 부정적인 좌파 학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옮겨 ‘우리 역사는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거듭 말했던 인물”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탓하기도 했다.
사설은 “김성수 선생은 일제강점기 교육 언론 기업 부문에서 큰 공적을 세운 인물이라는 폭넓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그가 창간한 동아일보는 1940년 강제 폐간 때까지 20년 동안 정간 4회, 발매금지 2000회 이상, 신문 압수 89회의 고난을 겪으며 민족의 표현기관 역할을 했고 어느 의미에선 국가를 대신했다”는 주장까지 폈다.
동아일보는 30일에도 <[기자의 눈]해단하자마자…봉하마을 달려간 친일규명위>라는 기사를 싣고, “시민단체도 아닌 대통령 직속 국가기관인 규명위가 4년 6개월동안 377억여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들여 만든 보고서를 재임 기간 내내 이념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 전 대통령의 모역에 바친 행동은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적절한 처사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진상규명위 헐뜯기는 참으로 구차하고 초라하다.
방응모와 김성수의 친일 행각을 온갖 궤변으로 두둔하는 행태는 이들이 ‘족벌신문’이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또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친일했다’, ‘친일만 한 것은 아니다’, ‘무늬만 친일파다’ 등등 궁색한 논리로 친일 행각을 감싸는 데 대해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조선·동아일보에 묻는다. 이런 논리라면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국민들, 절필 등의 소극적 저항을 하며 부와 권력을 포기했던 지식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친일 행각의 객관적 자료가 분명한 사람을 무슨 논리로 ‘무늬만 친일파’라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나라가 과거청산 과정에서 ‘독재 부역자’, ‘식민지배 부역자’들에게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며 면죄부를 준다는 말인가?
진상규명위는 ‘진상규명, 책임자(가해자) 처벌, 피해 구제, 화해’로 이어지는 과거청산의 원칙 가운데 진상규명 차원의 극히 일부분만을 수행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조선·동아일보는 친일 행적을 일부 기록하는 것조차 “낙인찍기”, “좌편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조선·동아일보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뿌리가 ‘친일파’라는 사실을 물타기 하려는 저급한 정치공세다.
나아가 진상규명위가 노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친일수구기득권 세력을 제외한 국민들에게 ‘진상규명위의 뿌리는 노무현이다’라는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 조선·동아일보는 진상규명위를 노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조선일보 방응모, 동아일보 김성수의 친일 행각은 뒤집을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이들의 친일을 두둔하고 미화하는 궤변은 <조선><동아>의 오명을 다시 한번 역사에 기록할 뿐이다.
조선·동아일보 직원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인다. 27일 진상규명위의 기자간담회에서 조선·동아일보의 젊은 ‘기자’가 위원회 보고서에 대놓고 반발해 ‘화제’가 되었다.
조선·동아일보 직원들은 누구를 위해 기사를 쓰는지, 역사가 무엇이며 정의는 또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라. 아울러 방응모와 김성수의 친일 행각을 기록한 객관적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대면해보라. ‘사실’ 앞에 충실해야 ‘기자’가 아닌가? <끝>
 
 
 
2009년 12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