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27일 <대통령과의 대화>관련 28, 30일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 (2009.11.30)밤 10시부터 10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대화’는 지상파 4곳(MBC·KBS·SBS·OBS), 케이블 3곳(YTN·MBN·KTV), 지역 MBC 19개사, 지역민방 9개사 등 모두 35개 방송이 동시 생중계했다. 한마디로 ‘MB의 방송채널 장악’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의 대화>는 “대화”라는 제목이 무색한 일방적인 ‘국정홍보’의 장이었다. 계층별, 연령별, 성별 등을 고려했다는 100여명의 방청객 가운데 단 6명만이 대통령에게 질의할 수 있었다. 그나마 3번은 연예인 방청객에게 돌아갔고, 그 가운데 두 개의 질문은 ‘김윤옥 여사가 음식을 잘하느냐’, ‘대통령이 내복을 입느냐’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방송 내내 ‘세종시’,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참여정부에서 수해방지를 위해 87조를 들이는 하천정비 계획을 내놨다’는 등의 사실을 왜곡한 주장까지 폈다. (87조원은 2007년 방재사업 수요를 모두 합친 액수로 이 가운데 하천재해 예방사업비는 12조여 원이다.)
그러나 28일, 30일 조중동은 비정상적인 ‘채널장악’ 실상이나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진행을 지적하기는커녕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싣는 데 급급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사설 <이 대통령 “세종시 과거 약속, 부끄럽고 죄송하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설명하며,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대해 “아무리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국가적 문제점에 완전히 눈을 감고 일방적 주장만을 해서는 책임 있는 정파라고 할 수 없다”며 “이 대화가 야권으로 이어져 합리적 대화와 토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에도 조선일보는 <대통령 사과 다음은 여야가 국회서 본격 논쟁 벌일 차례>라는 사설을 싣고, 이 대통령이 야당의 선(先)사과 주장을 수용했으니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경쟁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도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추진에 공식 사과했다고 강조하면서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원안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진정성을 전달하려 애썼다”는 등 대통령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28일 사설 <세종시 ‘대안이 국익’ 더 다각적 설명 필요하다>에서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직접 언급으로 세종시 수정은 긴급한 국정과제로서 추진력이 붙게 됐다”며 세종시 수정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잘못을 알고도 비난을 의식해 눈 감고 방치한다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무책임하다”, “세종시 수정에 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수해방지, 盧정부가 87조 투입 계획 땐 아무도 반대 안해”>(4면)에서는 사실과 다른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까지 뽑아 부각했다. 30일에도 동아일보는 <盧정부, 국가하천-댐 정비 10년간 23조 책정>(5면)에서 이 대통령이 주장한 이전 정부의 ‘수해방지 87조원 대책’을 거듭 부각했다.
중앙일보도 “토론장의 이 대통령은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호령하기보다 솔직하게 몸을 낮추는 쪽에 치중했다”, “주로 대통령이 호소하고, 설득하고, 설명하는 130분이었다”고 평가했다.
28일 사설
조중동의 이같은 태도는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지난 2001년 3월 1일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화’보다 ‘홍보’의 장>(2001.3.3)이라는 사설을 싣고, “TV3사가 저녁 황금시간대를 2시간씩이나 소모하며 똑같은 내용을 생중계 할 필요가 어디에 있었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내용에 대해서도 “‘대화’는 있었으되 그 주제와 범위는 제한적이었으며, 답변에 있어서도 ‘진솔함’과는 거리를 보이는 ‘일방적’ ‘희망적’ 견해 같은 것들이 자주 노출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동시중계하는 하는 것이 ‘전파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참여정부는 ‘국민과의 대화’를 각 방송사의 개별 프로그램에 대통령이 참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2006년 1월 18일 밤 10시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신년연설을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중계하자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잘 연출된 신년연설>(2006.1.19)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싣고, “TV에서 밤 10시는 무척 ‘비싼’ 시간”, “이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된 대통령의 연설방송을 두고 방송사에선 말이 많았다”면서 “(우리가) 국정홍보 방송도 아니고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에 ‘비(非)호감’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반응을 전했다. 또 “‘3개 방송사가 똑같은 방송을 한 것은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한 것’이란 시청자 불만도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2001년 3월 2일 동아일보는 <전파 낭비한 두 시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김대중 대통령이 “TV방송의 황금시간대의 두 시간 동안 집권 후 네 번째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면서 “질문과 답변 모두 상식적이고 상투적인데다 그나마 이미 대부분 알려진 내용들이어서 TV3사가 공동 중계로 귀중한 전파만 낭비했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도의 내용 없는 ‘국민과의 대화’로 국민의 방송 채널권을 빼앗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2006년 1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해서도 <밤 10시에… 백범기념관서>(2006.1.19)라는 기사를 싣고, “시간을 오후 10시로 잡은 것은 11시 반에 치러진 축구 국가대표팀과 아랍에메리트의 평가전을 염두에 두고 시청률을 올리려는 계산이었다는 주장도 있다”며, ‘대통령의 연설을 방송사들이 황금시간대에 동시 생방송하게 된 것은 횡포에 가깝다’는 언론노조의 주장을 실어주었다.
시청자들의 ‘볼권리 제약’은 물론이고, 과연 35개나 되는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동시생중계에 나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설령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생중계에 나섰다 해도 문제다. 시청률에 사활을 거는 방송사들이 이토록 빠짐없이 ‘대통령 중계’에 나섰다는 것은 ‘정권에 찍히지 않겠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외압이 없어도 방송사들이 대거 ‘대통령 중계’에 나섰다면 이것이야말로 이 정권의 방송장악 실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번에도 조중동은 자신들의 주특기인 ‘이중잣대’를 들이대 ‘MB의 채널장악’에만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를 추켜세우고 칭찬하기에 바쁘니,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조중동은 “신문”이라 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