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정권의 ‘김인규 씨 KBS 사장 낙점’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9.11.23)
등록 2013.09.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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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충성경쟁’, 눈뜨고 못보겠다
 
 
 
‘정권실세’ 김인규 씨의 KBS 사장 ‘낙점’에 KBS 내부와 언론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명박 대선캠프의 방송전략실장을 맡았고 인수위 시절에는 당선인 언론 보좌역을 지낸 김 씨가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친여인사들이 장악한 KBS 이사회는 민주주의의 상식을 뒤집고 정권의 뜻에 따라 김 씨를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정권실세 KBS 사장’에 대한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행태다.
지난 2003년 서동구 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KBS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가 노무현 대선캠프의 고문을 맡았다는 이유를 들어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서 씨는 8일만에 사퇴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공영방송을 어용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폭거” 운운하며 서동구 씨 임명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김인규 씨를 KBS 사장으로 앉히겠다는 데에는 도대체 비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은 ‘김인규 KBS 사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놓고 공당과 정치인들의 처신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기준도 원칙도 없이 오직 정략에 따라 움직이는 행태가 실로 낯 뜨겁다.
조중동도 하등 다르지 않다. 2003년 조중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서동구 씨의 사장 임명을 반대하거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핏대를 세워 반대했고, 조선일보만큼은 못했지만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써서 서 씨의 사장 임명을 반대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은 쓰지 않았으나 KBS 노조와 시민사회의 ‘서동구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랬던 조중동이 김인규 씨에 대해서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중동은 20일과 21일 김 씨의 사장 후보 선출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김 씨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비판여론을 무마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23일에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는 김 씨가 사장 후보로 결정된 19일 이후 23일까지 단 세 건의 관련 기사만 실었다. 20일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이 최우선 과제>(6면)에서는 김 씨가 이명박 선거캠프의 언론특보였음을 지적하기는커녕 ‘정연주 사장 시절 KBS의 정체성이 훼손됐다’고 몰면서 앞으로 김 씨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늘어놓았다.
이어 21일에는 <KBS노조 “총파업”, 사원들은 “···”>(5면)이라는 기사를 싣고, KBS 내부의 ‘김인규 대세론’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정치권이 KBS사장 인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는 한편 “노조와 PD협회 등은 움직이지만 일반 직원들의 여론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김인규 사장’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는 KBS 간부급 직원들의 발언을 실었다.
또 “김 씨가 흠결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하는 KBS 내부 단체들의 투쟁이 순수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사장으로?>(3월 24일)라는 사설에서 “KBS 이사회가 신임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또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폈다.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조언”을 했던 사람은 KBS 사장을 할 수 없는데, ‘방송전략실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은 KBS 사장을 해도 되는 것인가?
 
동아일보도 단 세 건의 기사를 실었다.
20일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최우선 과제’>(8면)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하기는커녕, 김 씨가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21일 <문방위 이번엔 ‘KBS사장’논란>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인규 씨 KBS 사장 후보 선출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며, 미디어관계법 등과 함께 ‘정치 공방’으로 다뤘다.
심지어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4대강 예산, 미디어법과 세종시 문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와 외고문제를 빌미로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대통령 특보 출신의 김인규 신임 사장 후보 선임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면서 “예산안 심의를 볼모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정치투쟁을 벌이는 야당의 행태가 지겹다”고 주장했다. 김인규 씨의 KBS 사장 선임 반대를 ‘국정 발목잡기’로 몰아붙인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2003년에는 <새 KBS 사장 적격자인가>(3월 24일)라는 사설을 써서 “KBS 이사회가 새 사장에 임명제청하기로 한 서동구씨가 과연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사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언론고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역대 정권에서 우리나라 방송들은 특정 정파에 치우쳐 사실이나 진실을 왜곡하고 그로 인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며 “집권측이 또다시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랬던 동아일보가 ‘MB특보’ 김인규 씨의 KBS 사장 선임 반대를 ‘국정 발목잡기’로 몰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스럽다.
 
중앙일보는 20일에만 단 두 건의 기사만 실었다.
20일 <김인규 사장 선임 의미 ... 더 강한 ‘KBS 개혁’ 원했다>(10면)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김 후보자는 33년간 KBS에서 일하면서 쌓아온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향후 KBS 개혁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는 한 KBS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나 2003년 중앙일보는 KBS 이사회가 서동구 씨를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하자 <“KBS 사장 선임에 외압 있었다”>(3월 25일)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중앙일보는 서동구 씨 선출에 외압이 있었다는 당시 KBS 노조위원장의 주장을 부각하는 한편, “KBS노조와 언론노조 시민단체들까지 서동구 KBS 사장 제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또 <KBS노조 “신임사장 인정 못한다” 지명관 이사장 “人事 외압 없었다”> <KBS 사장에 서동구씨 임명 노조측 “출근저지 투쟁할 것”>(3월 26일), <KBS노조, 徐사장 출근 막아>(3월 28일) 등의 기사를 통해 KBS노조의 ‘서동구 반대’에 힘을 실었다. 또 <“盧, KBS사장에 이중잣대”>(3월 27일)에서는 한나라당이 서동구 씨를 KBS 사장에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이런 과거 보도와 비교해 볼 때, 지금 김인규 씨에 대해 보이는 중앙일보의 침묵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20일부터 23일까지 모두 8건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김 씨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21일 사설 <막가는 방송장악 시도, 결코 성공 못한다>에서 한겨레신문은 김 씨를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 전략을 이끈 인물” 이라면서 “언론인 생활을 청산하고 정권 창출을 도왔던 이가 사장으로 돌아오겠다는 건,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연기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씨가 사장으로 임명제청 되기까지의 과정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며 김 씨의 자진 사퇴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 포기를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모두 6건의 기사를 실으며 김 씨의 KBS 사장 ‘낙점’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21일 사설 <김인규 KBS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에서는 “자신이 일하던 방송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공으로 사장 자리를 얻은 그가 무엇을 할지는 세상이 안다”며 그의 사장 임명을 반대했다.
 
이념과 지향을 떠나 ‘신문사’의 간판을 달고 있다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견지해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은 일관성은 물론 일말의 염치와 부끄러움도 던져버린 지 오래다. 조중동이 지난 참여정부에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순식간에 내팽개치고 ‘이중잣대’, ‘말바꾸기’로 이명박 정부를 옹호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김인규 씨의 KBS 사장 ‘낙점’을 놓고 조중동이 보이는 낯 뜨거운 행태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조중동의 본성에 종편채널을 따내기 위한 ‘충성경쟁’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밀어붙인다 해도 시장규모 등을 감안할 때 종편채널을 2개 이상 선정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중동으로서는 종편을 얻기 위한 추하고 지저분한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익추구를 위해 안면을 바꿔 공영방송에 ‘정권실세 사장’이 들어서는 것을 비호하며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조중동의 처지가 딱하기까지 하다.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조중동이 벌이는 ‘충성경쟁’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갉아먹을 ‘독’이 될 것이며, 서로를 물어뜯는 ‘이전투구’로 자멸을 부를 것이다. <끝>
 
 
2009년 11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