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민주당 정세균 대표 기자간담회 발언 관련 중앙·동아일보 사설 및 조선일보 인터뷰에 대한 논평(2009.11.3)1일 정 대표는 10·28 재보선을 평가하고 향후 민주당의 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그 내용이 매우 추상적일 뿐 아니라 논란을 초래할만한 것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변하겠다”면서 ‘지난 10년의 정체성에 매달리지 않겠다’, ‘좌우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2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정 대표의 발언에 반색하며 ‘뉴 민주당 플랜을 살려라’, ‘미디어법 반대 투쟁부터 접으라’는 주문을 내놨다.
사설은 민주당이 지난 5월에도 탈(脫)이념을 선언해놓고 “죽기 살기식 미디어법 반대투쟁”, “이념형 서거정국 투쟁”을 벌였다며 “뉴 민주당 플랜은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번에도 정 대표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면서 “좌·우를 떠난 실용적 변화를 외치면서도 세종시나 4대강 사업 그리고 미디어법에 대해선 다시 이념형 투쟁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재·보선에 작은 승리에 도취돼 다시 방향 감각을 잃으면 ‘뉴 민주당 플랜’은 실종이 아니라 사망 신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거듭 민주당의 우경화를 부추겼다.
사설은 정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민주당이 10·28 재·보궐선거에서 선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탈이념 실용노선’ 약속을 실행으로 옮기기를 기대한다”고 일단 추켜세운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설은 “정 대표는 올봄에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 중심의 ‘뉴 민주당 플랜’을 추진하려다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서거 이후 당내 386 출신과 일부 친노무현 세력에 떠밀려 강경투쟁 노선으로 회귀한 적이 있다”, “정 대표가 강경 장외투쟁에 매달리는 내부의 수구적 ‘탈레반 세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당내 입지 확보에만 연연한다면 민주당은 지지기반 확대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뉴 민주당 플랜’식의 노선을 밀어붙일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민주당의 노선 변화는 헌법재판소가 ‘유효’라고 결정한 미디어관계법 수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 대표가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천정배 최문순 의원과 함께 김 의장에게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부터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헌재가 비상식적인 판결로 ‘조중동 방송’ 강행 추진에 손을 들어주면서,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언론법을 재논의 해야한다고 촉구하며 ‘무효언론악법 폐지투쟁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런 때 당 대표가 언론악법의 최대 수혜자인 조선일보에 얼굴을 내밀고 거듭 “우리는 변하겠다”, “중도 진영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변화’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권의 그동안 행태에 “투쟁은 불가피했다”면서도 “이명박 정권도 이제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무리수를 둘 만한 여력이 없어질 것이고 우리도 거기에 맞춰 새 노선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도 내놨다.
우리는 정 대표와 민주당이 이런 인터뷰에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조선일보에서도 우리 당 대표를 크게 키워주었다’거나 ‘세종시 원안 추진 등 정권에 비판적 발언도 했다’는 식으로 자족한다면 더 이상 어리석은 일이 없다.
지금 민주당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와 언론악법에 맞서 의원직은 물론 당의 운명을 걸고 싸워도 부족할 판이다. 말로만 ‘언론악법 재논의’를 외친다고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들어줄 것인가? 하물며 그토록 반대해왔던 ‘조중동 방송’의 당사자인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응해 “변화”, “중도” 운운한 자체가 수구기득권 세력에게 비웃음을 살 일이다. 나아가 민주당에 일말의 기대를 건 국민들에게는 허탈감과 혼란을 심어주고 언론악법 무효 투쟁의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행태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한때는 뉴민주당 플랜을 제시하며 우경화로 시선을 돌렸다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정국에 편승해서는 진보의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다시 우경화해도 괜찮겠다는 암시가 묻어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며 정 대표가 말한 ‘변화’의 모호함을 꼬집었다. 아울러 “만일 재보선 승리가 민주당의 우경화에 대한 시민들의 승인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을 때가 언제였는지 따져보면 경향신문의 이 같은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나아가 경향신문은 정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재의 지도력으로 그럭저럭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제1야당의 한계가 곧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가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 대표와 민주당이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는 조중동의 ‘칭찬’, ‘띄워주기’가 아니라 이런 쓴 소리다.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2일과 3일에 걸쳐 조중동이 정 대표의 “변화” 발언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지 지금이라도 성찰해보라. 이렇게 나가면 정 대표도 민주당도 망가지는 길이다. 만약 민주당이 조중동의 세 치 혀에 현혹돼 ‘짝퉁 한나라당’의 길로 나아간다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버릴 것이다.
거듭 촉구한다. 민주당과 정 대표는 언론악법 저지와 민주주의 수호에 의원직과 당의 명운을 걸고 싸워라.
설령 야당이 조중동에게 휘둘려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해도, 역사의 긴 흐름에서 국민은 언제나 냉정한 판단을 내렸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중동은 결코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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