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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씨 하차 통보 및 KBS 가을개편에 대한 논평(2009.10.12)
등록 2013.09.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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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표 KBS’의 본질 드러낸 ‘김제동 하차’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KBS의 행태가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번에는 방송인 김제동 씨를 <스타골든벨>에서 하차시켰다. 지난 9일 KBS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12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마지막 방송’ 3일 전에 전화로 하차를 통보한 것은 관례에도 벗어날 뿐 아니라 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처사다.
KBS의 비상식적인 ‘김제동 하차’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 사회를 맡았고 ‘노무현 재단’ 출범 기념콘서트에 참여하는가 하면 쌍용차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등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미 <심야토론>의 진행자 정관용 씨,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진행자 윤도현 씨도 이병순 체제의 KBS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난 바 있다. 이 정권에 ‘밉보인’ 사람들은 KBS에서 하나 둘 쫓겨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KBS는 ‘김씨가 4년 동안 <도전 골든벨>을 진행해 새 인물로 교체할 필요가 생겼고, 정기 개편 때 일반적으로 진행자들을 교체해 왔다’는 등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지 ‘오랫동안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 정착에 기여해 온 진행자에게 3일 전에야 하차 통보를 했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수준의 변명이다.
 
사실 김제동 씨 교체 이전에도 KBS의 가을 개편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었다. 지난 9월부터 언론 등을 통해 솔솔 흘러나온 KBS 가을 개편안을 보면 ‘공영방송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KBS는 2TV <아침뉴스타임>의 방송시간을 60분에서 40분으로 20분이나 줄이고, 대신 ‘보도’가 아닌 ‘행사 홍보’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시사투나잇>을 없애고 대체 편성한 <생방송 시사360>마저 폐지하고, 기업 CEO나 국가 원로의 충언을 듣고 기업을 소개하는 등의 <KBS명장 일류의 조건>, <이것이 세계 일류>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사보도 영역을 더욱 위축시키고, 정권이 좋아할만한 프로그램을 고민한 것이다.
이렇게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는 편성으로도 부족해 김제동 씨마저 잘라내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그 정권에 그 방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병순 씨에게 묻는다. 김 씨의 하차는 MB를 향한 ‘충성심’의 발로인가, 아니면 정권 차원의 ‘각별한 외압’이라도 받은 것인가? 어느 쪽이든 분명한 사실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한 KBS가 일말의 염치마저 던져버렸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있던 날, 사회를 맡은 김제동 씨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저러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무슨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몇 달 뒤 국민들의 이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정권을 위해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마저 ‘코드 맞추기’를 하는 이른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일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명명백백 드러냈다.
KBS가 이대로 나가면 국민의 심판은 필연이다.
<끝>
 
2009년 10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